권력의 페어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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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1.24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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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한 덕 현 편집국장

오바마가 자신의 정적인 힐러리를 국무장관에 낙점했다. 둘은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서로 인신공격까지 주고 받으며 갈라질때까지 갈라졌던 사이다. 하지만 우리의 시각에선 헷갈린다. 그리고 당연히 많은 국민들은 이명박-박근혜 관계를 떠올렸다. 싸울 때와 뭉칠때를 분명히 가릴 줄 아는 그들의 '민주주의 학습'이 또 한번 부러웠다.

요즘 참여정부 인맥들이 수난이다. 끊임없이 수사의 대상이 되고 줄줄이 구속되고 있다. 정확하게는 이명박 정부가 촛불집회를 제압한 이후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보수신문들도 이때부터 본격적인 노무현 죽이기에 나섰다. 무슨 수사만 했다 하면 사건이건 사람이건 예외없이 기사의 큰 제목에 '친노무현', '노무현 측근'이라는 사족이 달렸다.

물론 부정 비리는 끊임없이 발본색원돼야 하고 그 당사자는 반드시 응징과 단죄라는 반대급부를 받아야 한다. 지금 집권세력이 몰고가는 것처럼 만약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정한 돈을 챙겼다면 역시 국민의 이름으로 심판받아 마땅하다. 문제는 그 발상과 흐름에 있다. 적어도 국민들에게 현 정권의 전 정권에 대한 보복이라는 인식을 주면 안된다.

정권이 바뀔때마다 새로운 권력이 전 정부를 보리타작하듯 대우하는 것은 후진국의 가장 큰 특징이다. 우리나라도 이와 관련해선 절대 자유롭지 못하다. 이는 한때 권력을 틀어 쥐었던 사람들의 도덕적 결함이 1차적 원인이겠지만 새로 등장한 힘있는 자들의 과욕()도 단초가 된다.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과거 권위주의 정권때 집권당엔 이른바 재정위원이라는 직함이 있었다. 당에 대한 건전한 후원세력을 대외명분으로 했지만 실제는 정권에 잘 보이고 또 보복을 피하기 위한 기업인들이 주로 참여했다. 일종의 보험인 것이다. 충북 연고의 대표적인 기업인도 정권의 정체성에 상관없이 줄기차게 이 자리를 꿰차는 바람에 구설수에 올랐다.

사실 기업과 기업인의 입장에선 누가 정권을 잡느냐는 심각한 문제다.

잘못 찍혔다간 여지없이 당하기 때문이다. 권력이 맘만 먹으면 기업은 언제든지 발가벗겨지게 되고 우리는 과거 굴절된 세월을 보내면서 이를 숱하게 경험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아무리 깨끗한 경영을 한다 해도 흔들어서 먼지가 안 난다면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망정 기업이 수시로 벌이는 협상과 타협, 청탁과 로비는 절대 선(善)을 들이댈 경우 모두 불법이다. 정치와 기업행위에 로비스트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궁극적으로 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함이다.

어차피 권력은 인심쓰듯 나눠주는 분배의 대상이 아니다. 권력의 가장 큰 속성은 독점이고 이를 배경으로 상대를 무릎꿇게 하는 것이 권력의 최고 메리트다. 때문에 힘을 가진 자가 약자를 배려하지 않으면 후자가 택할 길은 나락으로 떨어지거나 다시 보복을 준비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권력도 필연적인 아킬레스건을 갖고 있다. 유한함이다. 권력은 절대 영원하지가 못하고 바로 이것이 권력의 남용을 억제하는 결정적인 기제가 된다.

오바마는 힐러리를 껴안은 것은 물론 공화당의 인맥까지 자질이 인정되고 필요하다면 중용하겠다는 탕평책을 천명했다.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미국이 앞으로 이런 리더십을 앞세워 어떻게 난국을 헤쳐 나갈지는 지켜볼 일이다. 끝내 아쉬운 것은 우리는 왜 안되냐는 점이다. 정파를 편가르지 않고 상대를 포용하거나 인재를 등용한 전통은 우리가 미국보다 수백년을 앞선다.

조선 숙종이 탕평책을 도입하자 노론 소론의 피튀기는 당쟁을 경험한 영조는 아예 편가르기 골수를 삭탈관직하면서까지 나라를 추스르지 않았는가. 지금 국민들은 불안하기 그지 없다. 경제난의 암운이 앞으로 어떻게 더 엄습할지 도무지 감을 못 잡고 있다. 이럴때 기대는 것은 오로지 희망이다. 보복과 갈등과 편가르기가 아닌 제발 그것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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