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정의 구현, 경제강국의 지름길이다
조세 정의 구현, 경제강국의 지름길이다
  • 이재경 기자
  • 승인 2008.11.24 2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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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 재 경 부국장 <천안>

1.국가 경제가 총체적 난맥상인데 지방에서 씁쓸한 소문이 들린다.

며칠 전 점심 자리에서 접한 서울 강남의 1등급 룸살롱 얘기다. 비싸기로 유명한 강남의 룸살롱에 요즘 지방 고객들이 원정을 떠난다 한다. 탤런트 뺨치는 미모의 아가씨들이 그야말로 '환상의 접대'를 한다고 하는데 그 비용이 1인당 100만원꼴이다. 이 술집들의 원래 향응 비용은 이보다 훨씬 비싸다. 지난해까지 1인당 200여만 원이었는데 최근 금융위기 여파로 값이 절반이나 싸졌다. 그런데 서울 손님들이 뚝 끊기자 요즘 지방 고객이 몰려 그나마 업소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곳을 드나드는 지방 고객들은 주로 지방 유흥가에서 얼굴이 노출되길 꺼리는 부자들이란다. 놀라운 것은 소위 '사(士)'자가 들어가는 특정 직업군의 사람들이 매달 이곳 나들이를 위해 '계'까지 조직해 뭉칫돈을 만들어 한양 행차를 한다는 것이다.

소문이 대낮 점심 자리에서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면 아니 땐 굴뚝이기야 하겠는가.

2. 정부가 재정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감세와 투자를 통해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그 많은 돈을 어떻게 조달하느냐는 거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무대책을 힐난했다. 현 정부의 감세 드라이브를 '재원 보전 대책이 없다'고 지적한 것. 퍼주기식의 경제살리기가 재정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얘기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 20일 한승수 국무총리와 국회 예결위에서 한 판 붙은 민주당 오제세 의원의 일갈도 새겨들을 만하다.

오 의원은 이날 총리에게 "올해 11조 원의 감세액 중 서민, 중산층, 중소기업에 대한 혜택은 30%에 불과하다"며 "부자와 대기업에 치중된 감세 정책은 내수 부양에 연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총리가 "감세는 경기 진작과 투자 촉진을 위한 것"이라고 반박하자 그는 "우리나라는 중소국가로 재정건전성 하나로 버티고 있다"면서 "이를 축내 적자 재정을 하면 망할 수 있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설전으로 치달은 공방이지만 양측 모두 현 위기상황을 걱정하고 있다는 모습을 확인한 게 그나마 소득이다.

3. 결국 재원 마련이 문제다. 한국은행이 마구 돈을 찍어내서 해결될 문제는 결코 아닐 터. 먼저 우리의 조세 정책부터 반성해야 한다. 국세청이 세원 발굴에 소홀했던 것은 물론이고 정부 정책 입안자나 국회의 선량들까지 모두 나라 곳간을 채우는데 엉뚱한 머리만 썼다.

기저귀에 붙어 있는 부가세를 볼까. 출산 장려를 한다면서도 기저귀에 붙은 10%의 부가세는 떼 내지 않아 주부들이 더 값싼 일본산 기저귀를 쓰고 있다.

기저귀 등 유아용품에 붙는 부가세를 모두 합쳐도 1년치 세수가 300억원밖에 안 되는데 종부세 몇조 원은 덜커덩 깎아버렸다. 국내 기저귀 생산업체들이 장사가 되겠는가. 병원으로 가보자. 치과의원에서 이를 새로 하는 데 견적이 1000만원이 나왔다.

어김없이 수납부서에서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 들어온다.

"현찰로 내면 700만원이면 됩니다."

마다할 일이 없다. 변호사업계는 어떤가.

수억대의 성공보수가 오가도 세금으로 거둬들일 수가 없다. 이런 곳에서 탈루됐던 세금이 나라 곳간에 착실히 쌓아졌다면 지금 얼마나 도움이 됐겠는가. 조세 정의 구현. 이게 우리나라를 경제 강국으로 만드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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