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2회 노인의 날 "우리도 일하고 싶다"
오늘 12회 노인의 날 "우리도 일하고 싶다"
  • 석재동 기자
  • 승인 2008.10.02 2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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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작년 말 기준 고령화율 12.4%
일자리 태부족… 소일거리 없이 생활

정년연장 등 국가적인 대책 필요 지적

퇴직 3년째를 맞는 김영식씨(가명·63·청주시 용암동)의 요즘 일과는 아침식사를 한 후 등산가방을 메는 것으로 시작한다. 마땅한 소일거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집안에서 부인과 함께 긴하루를 보낼 마땅한 취미도 없다.

김씨는 "지난 3년간 일거리를 찾지 못해 특별한 집안행사가 있지 않은 이상 대부분의 낮시간을 산에서 보낸다"며 "낮시간에 아내와 집안에서 얼굴 맞대고 있는 것이 여간 부담스러운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퇴직후 10여곳에 이력서를 냈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는 김씨는 매달 100여만원씩 나오는 연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김씨의 사정은 그나마 낫다.

이혼한 둘째 아들이 맡겨 놓은 다섯살배기 손자를 부인과 함께 키우고 있는 전모씨(71·청주시 서문동)는 하루종일 리어카를 끌고 서문동과 성안길 이곳저곳을 돌며 버려진 빈박스와 고철 등을 수집해 생계를 꾸려간다. 그렇게 해서 손에 쥐는 돈은 하루 2만원 안팎. 비가 오거나 눈이오는 날씨와 몸이 안좋은 날 일을 못하는 것을 고려하면 한달 평균 전씨의 수입은 40만원을 넘기 어렵다.

"고향(보은)에서 농사짓고 사는 친구들이 부러워. 아들따라 청주로 나왔는데 아들은 사업에 실패해서 외지로 나갔지 아는건 농사일 뿐이 없는데 이 팍팍한 청주에서 해먹고 살게 있어야지. 그래서 리어카 끌어." 전씨는 이 말을 남기고 삶의 무게만큼이나 무거워보이는 리어카를 끌고 서문동의 좁은 골목길을 돌아갔다.

이처럼 충북 도내 노인인구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노인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충북도내 65세이상 노인인구수는 150만6608명의 도민중 18만6223명으로 고령화율이 12.4%에 달한다. 100명 중 12명이 노인인 셈이다.

도내 고령화율은 2000년대 들어 2001년 9.5%를 시작으로 2002년 10%, 2003년 10.4%, 2004년 10.9%, 2005년 11.3%, 2006년 11.8% 등으로 매년 0.5%가량 꾸준히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노인일자리는 각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노인일자리 사업 정도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 마저도 구직자는 많고 일자리는 한정돼 경쟁률이 높다. 실제 청주시가 지난해 주최한 '노인일자리 박람회'에는 150여명 모집에 600여명이 응시해 4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이력서를 내지는 않았지만 박람회에 참가한 노인은 3000여명에 달해 노인일자리 부족현상을 여실히 드러냈다.

일반 기업체에서는 파견근로제 등을 이용할 경우 저렴한 인건비로 젊은 구직자를 채용할 수 있기 때문에 노인들을 채용하는 것을 꺼린다. 게다가 중·장년층과 노인들의 일자리로 여겨졌던 아파트 경비원자리도 전자식출입문 등으로 인해 하늘의 별따기 만큼 좁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청주시 관계자는 "노인일자리 창출을 위해 소속 11개 기관에서 1396명의 노인을 고용하고 있지만 상당수 노인 구직자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노령화사회에 맞는 정년연장 등의 국가적인 대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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