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의 죽음이 서러운 이유
대학생의 죽음이 서러운 이유
  • 이재경 기자
  • 승인 2008.09.04 22: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이 재 경 부국장 <천안>

1. 등록금 고민 때문에 대학생이 자살을 선택했다. 2학기 개강 첫날인 지난 1일 전북 전주의 한 대학 공연 연습실에서 목숨을 끊은 Y군(22)의 얘기다. 그는 유서에서 "가정형편이 어려워, 등록금을 내지 못해 먼저 간다. (여자친구)에게 미안하다"고 마지막 글을 남겼다.

친구들에 따르면 Y군은 매 학기 때마다 등록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등록금이 없어서 휴학을 할 만큼 가정 형편도 어려웠다고 한다.

자살 직전엔 담당 교수를 만나고 은행 문턱까지 넘어봤지만 별 수가 없었다. 학자금 대출을 받으려 찾아갔던 은행은 매번 보증인 따위의 '조건'을 내세워 거절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서울 강동구에서 목 매 자살한 윤모씨(여·당시 40세). 어렵게 한복가게를 꾸려가던 그는 미술대에 합격한 딸의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하게 되자 비관끝에 세상과 연을 끊었다. 등록금 마감 시한이 임박한 추운 겨울, 2월24일의 일이었다. 남겨진 유서의 내용이 주변에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울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네. 힘들고, 날아가고 싶어…"

Y군이 자살했다는 인터넷 뉴스에 수많은 댓글들이 올려졌다. Y군의 경솔함을 책망하는 내용도 있고 문턱높은 은행에 대한 비난, 정부의 등록금 대책을 요구하는 내용들이 주를 이뤘다.

사건이 터지자 지난 총선 때 등록금 150만원 공약으로 '사활을 걸었던' 민주노동당이 2일 즉각 고인과 유족에 대한 애도를 표명하며 논평을 내놓았다.

박승흡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이명박 정부가 대선 전부터 내놓은 등록금 반액 정책이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고 포문을 열고 1일 발표한 감세정책을 꼬집었다.

우리나라 전체 대학생들의 1년 등록금이 12조원 규모인데 이번 감세 규모 21조원이면 모든 대학생의 등록금을 무상으로 할 수 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2. 정부의 감세정책 뉴스가 연일 신문지상에 전해진다. 대체적으로 감세 규모와 정책 배경, 영향 등을 다루고 있는데 부자들이 이번 세제 개편으로 춤을 추고 있다는 뉴스가 눈에 띈다. 1일 저녁 TV는 상속세로 2000억원대를 물게 돼 있던 모 재벌 2세가 이번 감세조치 덕분에 무려 800억원을 벌게 됐다고 전했다.

헤럴드 경제는 '강남 고가주택 1가구 보유자, 싱글벙글'이란 제목의 뉴스도 다뤘다. 도표를 보면 실제 그럴 만도 하다. 5년 전 2억원을 주고 산 아파트를 10억원에 팔 경우 종전대로라면 7100만원의 양도세를 내야하지만 개편후 세제는 1/14인 500만원만 내면 된다. 5년간 무려 8억원이란 돈을 벌게 됐는데도 말이다. 또 9억원 짜리 집을 팔아도 양도세는 단 한푼도 낼 필요가 없게 됐다.

야당이 부자들만을 위한 정책이라며 연일 포문을 열고 있다. 총감세액 21조원 중 재벌기업과 부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18조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다시 등록금으로 돌아가자. 교육과학부는 지난달 하반기 정부 학자금 대출 금리를 발표했다. 연리 7.80%로 역대 최고치다. 신용이 좋은 일반 봉급자가 6∼7%대의 저리로 일반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학생들에겐 너무 가혹한 금리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지난 두 번의 선거에서 등록금 반값 공약을 내걸었다. 이 대통령은 대선 때 "현재 기초생활수급자 자녀만 누리고 있는 학자금 무이자 대출 혜택을 소득수준이 하위 50%인 계층 전체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와 한나라당은 뒷짐만 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벌, 부자들을 웃게하는 감세 정책이 발표됐다. 갑자기 저승에서 허탈해하고 있을 Y군의 표정이 상상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