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4개국 교육 시찰기 <7>
북유럽 4개국 교육 시찰기 <7>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8.21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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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우 도교육위원의 선진교육모델 북유럽 여정
교육복지의 완성형 덴마크 '코레즈 스콜레'

코펜하겐은 소박한 전원도시다. 국토 어디고 해발 100m를 넘지 않는 '산이 없는 나라'답게 완만한 도로엔 자전거 행렬이 줄을 잇는다. 시내 모든 곳에 2.2m폭의 자전거도로가 있고 신호등도 자전거용이 따로 있다.

지은지 100년이 넘는 아파트들이 여전히 사용되는데, 입주자들에겐 근처에 텃밭용지가 별도로 지급돼 저마다 전원주택을 짓고 별장으로 쓴다.

나라에서 각종 운동시설을 제공하고 영양제까지 지급되니 비만자도 드물다. 노인수발도 국가가 책임져 평균수명이 89세가 넘고 집집마다 어른들의 만수무강을 비는 국기(단네 브로그)가 연중 나부낀다. 아프면 구역별 국립병원에서 무상진료를 받는데 그곳엔 특실이 없어 정부 고관들도 일반병실을 쓴다.

덴마크엔 한국 입양아가 8000명이 넘는데 모두들 무상교육 혜택 속에 건실하게 잘 자라 각 분야에서 한몫씩들 하고 있다. 덴마크 학교들에는 시상제도가 없다. 학생마다 특기가 다르고, 특히 우쭐해 하는 것을 꺼리는 국민성(옌트정신)으로 역효과를 염려해서다.

덴마크는 평생·직업교육 시스템이 앞서 있다. 우리가 가본 '코페즈 스콜레(Kofoed's skole)'는 그것이 소외층에게 베풀어지면 어느 정도까지 이를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교육복지의 완성형'이라 할까.

이 학교는 한국의 꽃동네와 비슷한 취지로 설립된 기독교 계통의 사회교육시설이다. 꽃동네가 병들고 의탁할 곳 없는 이들을 수용해 돌보는 복지시설에 가깝다면 이곳은 실업자와 사회 부적응자, 알코올 중독자 등의 사회화 과정을 돕는 교육기관이라는 점이 다르다.

이 학교는 1928년, 사업에 실패한 가톨릭 신자 코페드씨(Kofoed)가 실직한 부랑인들에 눈을 돌려 구호기관으로 설립했다.

초기에는 뜻있는 개인과 기업들의 후원으로 꾸려가다가 1940년대부터 국가의 지원을 받게 됐다. 현재는 한 해 1000만 유로에 달하는 운영비를 국가(사회복지부 70%)와 기업(15%)및 개인(15%)의 기부로 충당한다. 모두 150명의 스태프들이 파트타임으로 종사하고 있으며, 운영기구로 학교장과 '학운위'가 있다. 학운위는 각계인사 50여명으로 구성된다.

18세부터 50∼60대까지 하루 640명, 연 3000명가량이 교육을 받는다.

45%가 타국(70개국) 출신이며, 55%가 여성, 절반 이상이 사회보장 대상이다. 3분의 1정도가 퇴직연금을 받고 3/4이 4년 이상 실업상태이며 4분의 1이 알코올 문제를 가지고 있다.

교내에서만 통용되는 쿠폰(주화)을 발행해 스스로 벌어 쓰는 습관을 길러주고 있고 학생간에 서로 돕고 돌보도록 하기도 한다.

기본교육과정으로 그림·공예·재봉·요리·어학·컴퓨터와 IT·미용·운전 등 180여개의 커리큘럼이 있다. 직업교육을 위한 워크숍으로 건설·배관·DIY·자동차수리 등의 파트도 있다. EU와 자국 노동국의 지원을 받는 3개의 프로젝트도 있는데, 실직자·무직이민자·장기실업자용 프로그램들이 그것이다.

우리 일행은 그 학교를 방문하고 나서, 덴마크 의사당으로 쓰이는 크리스천보르궁과 왕립도서관을 둘러보았다. 의사당에는 의원들이 타고 다니는 자전거들이 즐비해 인상 깊었고, 현관 외벽에 조각된 '4가지 통증'부조는'의정활동을 하려면 저 정도 골머리는 앓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해, 특히 눈길을 뗄 수가 없었다.

왕립도서관은 석조건물에 덧대 지은 신관(블랙다이아몬드)이 초현대식 복합문화공간으로 쓰여 조화가 절묘했는데, 북적이는 젊은이들의 학구열 속에 '온고지신하는 강소국' 덴마크의 저력이 넘실거리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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