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세비와 지방의원 의정비
국회의원 세비와 지방의원 의정비
  • 한인섭 기자
  • 승인 2008.08.21 2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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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한 인 섭 정치부장

18대 국회가 임기 시작 82일 만에 정상화됐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에 이어 막판 가축법개정 문제를 놓고 3개월 가까운 공전 끝에 겨우 개원하게 된 것이다. '국민 외면 국회', '식물 국회'라는 비난을 들었던 한나라당과 민주당, 선진창조모임 등 3개 교섭단체는 지난 19일 가축법 개정안 등에 대한 합의문을 작성, 파행을 끝냈다.

장기 공전사태를 마감하면서 김형오 국회의장은 "여야 원내 지도부는 가시나무를 지고 죄를 청하는 '부형청죄(負荊請罪)'의 심정으로 자성해야 할 것"이라고 코멘트 했다. 이유야 어찌됐든 '놀고 먹은'이번 사태가 꽤 죄스러웠던 모양이다.

독립된 헌법기관이라고 하는 국회의원들의 세비는 1억2000만원(세전) 수준이다. 여기에다 670만원 상당의 활동지원비(차량유지비, 통신요금, 입법·정책개발비)를 포함하면 국회의원들이 매월 수령하는 금액은 1619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1명 등 보좌진과 사무실 지원 경비를 포함하면 연간 의원 1명이 쓰는 세금이 4억2000여만원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교수, 국회의원, 장관, 대통령비서실장, 부총리, 국무총리까지 대통령 빼곤 다해 봤다는 한승수 총리도 '뭐가 가장 좋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주저없이 '국회의원'이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이런 국회가 공전을 거듭하자 '세비'를 반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만만찮았다.

파행 초기 여·야 의원 26명은 '세비만 받아가는 것은 국민 앞에 염치없는 행동'이라며 한달치를 모아 사회복지단체에 자진 기부하기도 했다. 이들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거론하며 '국회의원수당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이렇듯 국민이 낸 세금으로 급여를 받은 이들은 늘'도마'에 오르기 마련이다.

공교롭게 국회 파행이 정점을 이뤘던 상황에서 행정안전부는 전국 광역·기초의회의원 의정비 삭감을 주요내용으로 한'가이드 라인'을 제시했다. 무보수 명예직에서 유급제(월정수당+의정활동비)로 전환된지 2년만이다. 광역의회나 재정여건이 괜찮은 일부 자치단체는 월정수당이 상향 조정됐지만 인구규모나 재정여건이 열악한 대부분의 시·군의회 의정비는 삭감이 불가피해졌다. 충북의 경우 보은이나 단양군의회는 3492만원, 3930만원이었던 것이 2861만원, 2830만원으로 줄었다. 진천군의회는 지금보다 1142만원을 줄여야 한다는 '가이드 라인'이 제시됐다.

무보수 명예직 시절 지급됐던 의정활동비 수준으로 회귀한 경우도 많다.

의정비 문제는 자치단체별로 심의할 때마다 과다논란이 있었고 매년 인상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컸다. 책정기준이 없었던 것은 가장 큰 빌미를 제공했다. 최근 충북도의회의원 사이에서 벌어진 폭력사건처럼 유사한 일로 자질시비도 잇따랐던 게 사실이다. 저간의 사정을 의식한 탓인지 지방의원들은 아직 제대로 항변을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눈치이다. 잘못 얘기를 꺼냈다간 '돈 타령 한다'는 비난을 듣기 십상인 점도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할 사람 많은데 그만 두면 될 것 아니냐는 소릴 들을까 겁난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지방의원도 있었다.

과다 논란이 있었던 것은 맞는 얘기지만 유급제는 그래도 일정 능력을 갖춘 이들이 지방의회로 눈을 돌리는 역할을 했음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다. 다만 합리적 기준이 없었던 게 문제였다. 겸직금지 등 윤리부분을 강조하면서 4인 가족 최저생계비(2009년 기준 1584만원) 수준의 월정수당을 받으라는 소린 지방의원 편들자는 입장이 아니더라도 '어폐'가 있어 보인다. 행안부식이면 공무원도 자치단체 유형이나 재정력을 따져 급여를 산정해야 한다. 꼭 맞는 비유는 아니지만 '식물국회'기간 세비를 꼬박꼬박 챙긴 국회의원들과 견주어 본다면 지방의원은 '새발의 피'나 다름없다. '의정비 가이드라인' 때문에 지방의회가 그나마 더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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