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보유 원나라 대장경 고려 충선왕이 제작했다
日 보유 원나라 대장경 고려 충선왕이 제작했다
  • 한인섭 기자
  • 승인 2008.08.0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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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왕부 도장 날인 책자 상당량 발견
대장경硏, 교토 남선사 조사서 확인

경로·성격 한중일 새 연구과제 대두

일본 소장 중국 원나라판 대장경(元版大藏經)을 고려 충선왕(1275∼1308)이 주관해 만든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직인(심왕부 도장·瀋王府) 날인 불경이 상당량 확인돼 한·중·일 인쇄문화 교류사를 밝힐 새 연구과제로 대두됐다.

이는 14세기 이전 제작된 한·중·일 목판인쇄본 5000여권을 수집해 불교 사전격인 '一切經'을 만든 일본 소장 유물 대부분이 한반도를 거쳐 전래됐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일본 학계는 그동안 국보급으로 간주하는 원판대장경을 중국에서 들여왔다는 입장이었고 충선왕 관여 부분 역시 공개되지 않았었던 사안이어서 대장경 전래 경위를 둘러싼 3개국 학계 논란이 한층 뜨거워 질 전망이다.

충청타임즈 '살아있는 直指' 2부 '임진왜란은 활자전쟁이었나' 기획취재팀은 지난달 9일 일본 교토(京都) 남선사(南禪寺·난젠지) 초조대장경(初雕大藏經) 전래 경위 등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한·일 공동 초조대장경디지털화 사업'을 추진중인 고려대장경硏(이사장 종림 스님) 서지조사팀(남권희 경북대 교수·정재영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으로부터 이같은 사실을 최초 확인했다.

충선왕 심왕부 직인은 지난해까지 원판대장경 4∼5곳에서 확인됐으나 고려대장경연구소는 지난 7월 3일부터 15일까지 남선사 서보전(瑞寶殿)에서 실시한 2008년 하계조사에서 이같은 사실을 추가 확인했다.

연구소측은 원나라 연경(燕京·현 북경)에 머물렀던 충선왕이 학문연구 목적으로 설립한 만권당(萬券堂) 등 심왕부에서 원판대장경을 출간한 후 귀국(왕위 복위)과 함께 고려로 들여왔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소측은 또 충선왕 재위 시점인 1390년대쯤 일본으로 건너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소는 충선왕이 소장했던 초조대장경(1800여권)과 원판대장경(2000여권)을 일본이 외교적 노력 끝에 받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럴 경우 전체 5600여권에 달하는 남선사 소장 불경 중 한국을 통해 전래된 것은 절반이 훨씬 넘는다.

국내에 남은 고려 초조대장경은 300권에 불과해 1권만 나와도 국보로 지정될 정도의 가치를 지닌다.

고려대장경硏 관계자는 "2006년 2차 조사부터 심왕부 도장이 극소수 발견됐으나 이번 조사과정에서 상당부분에 날인된 사실을 확인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중국에서 가져왔다는 게 일본의 일관된 주장이었던 만큼 정확한 규모와 성격, 전래 경위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한·중·일 학계의 과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초조대장경과 원판대장경 일본 전래 경위 등은 본보 '살아 있는 직지' 2부 '임진왜란은 활자전쟁이었나' 남선사 편에서 상세 보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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