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힘' 언어·문화의 벽 허물다
'사랑의 힘' 언어·문화의 벽 허물다
  • 김금란 기자
  • 승인 2008.08.0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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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대 해외봉사단, 中 정암촌 봉사활동
중국 지린성(吉林省) 투먼시(圖們市) 량수이진(凉水鎭)에 위치한 일명 '충북인 마을'로 불리는 정암촌(亭岩村) 마을. 아픈 역사를 간직한 이 마을이 고향에서 온 대학생들로 인해 잔칫집 분위기가 연출됐다.

폭염으로 숨쉬기조차 힘든 날씨에도 불구하고 충북대 해외봉사단 20명(남자 10명·여자 10명)은 지난달 22일부터 31일까지 11일 동안 이 마을에서 봉사활동을 펼쳤다.

이들은 량수이진 소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조선족 학생들을 대상으로 과학·수학·영어·레크리에이션 등 교육봉사와 콩밭매기, 잡초제거, 마을 청소 등 노력봉사를 펼쳤다.

봉사단원 배경태씨(물리학과 4년)는 "봉사를 떠나기 전에는 정암촌 주민들과 말이 안통하면 어쩌나 걱정을 했었다"며 "체육대회를 하고, 함께 식사를 하는 등 몸을 부대끼며 생활하다 보니 문화적 차이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과 땀으로 뒤범벅이 된 몸을 씻지 못하는 불편을 겪었지만 한 핏줄인 동포들에게 작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힘든 봉사활동을 참아낼 수 있었다.

임동철 충북대 총장 및 대학관계자들은 해외봉사단을 격려하고자 지난달 31일 정암촌을 방문했다.

정암촌 주민들은 해외봉사단과 격려단의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농악공연을 선보였고, 특히 소를 잡아 성대한 점심을 대접했다.

임 총장은 이날 정암촌 출신 이상군씨(중국 장충사범대학 3년)를 포함 12명의 학생들에게 각각 12만원씩 장학금을 전달했다.

정암촌 촌장 리충봉씨(47)는 "3년째 마을을 찾는 학생들을 보며 가본 적 없는 고향의 따뜻한 정을 떠올릴 수 있었다"며 "조선족 가운데 유일한 단독 부락을 유지하고 있는 정암촌을 잊지 않고 봉사활동을 펼치는 것에 고마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정암촌은, 지난 1938년 일본의 만주지역 식민지 정책에 의해 충북 청주·청원·보은·옥천지역 주민 80가구가 강제 이주해 조성된 마을로, 혹독한 가난과 중국정부의 소수민족 차별, 문화 대혁명을 거치면서도 끈질긴 생명력을 갖고 민족의 뿌리를 이어왔다.

연변대학을 통해 정암촌 존재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 1992년 임동철 교수 등이 현지를 방문해 언어·민속 등에 대한 학술조사가 이뤄졌고, 주민들 사이에 구전돼 온 '청주아리랑'이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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