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4개국 교육 시찰기 <5>
북유럽 4개국 교육 시찰기 <5>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7.3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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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우 도교육위원의 선진교육모델 북유럽 여정
'교육복지국가' 스웨덴 교육의 면면들

스웨덴 시찰에서는 두 사람이 좋은 길라잡이가 되어주었다. 스톡홀름대학 대학원생인 현지가이드와 웁살라대학 연구원으로 있는 필자의 지인(안승문 前서울시교육위원)이 그들이었다. 현지가이드는 스웨덴과 한국을 오가며 초중고를 다녀본 학생이어서 생생한 비교체험담을 들을 수 있었고 안 선생에게서는 북유럽교육에 대한 전문가다운 분석을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이 소개해준 스웨덴 교육의 면면들은 특히 이 나라 교육복지시스템의 수준을 짐작케 했다. 6세 이하 자녀가 있는 직장인은 근무시간이 75%로 단축된다. 일찍 퇴근해 자녀를 돌보라는 취지다. 12세 이하의 자녀가 아프면 '사회보험기관'에서 아동간호수당을 타다가 직장에 내고 간병휴가를 얻는다(연 60일 한). 아이들이 아픈데는 부모 보살핌이 최고의 명약이니 간호를 하게 하고 노동력 손실분은 국가가 보전해 주는 것이다.

스웨덴의 가정교육은 방임에 가까울 만큼 최대한 허용적이지만 군것질에 대해서만큼은 매우 엄격하다. 주1회 정도, 그것도 자기용돈으로 하게 하거나 심부름 같은 것을 시켜 대가를 지불케 하고서야 허락한다. 건강한 식습관에 곁들여 노동의 가치를 익히게 해주려는 교육적 고려에서다. 자녀의 친구가 놀러와도 주전부리를 내놓는 일이 없다. 그 아이의 섭생을 흩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체벌은 어떤 형태건 절대 불가하다. 교사는 물론 부모의 손찌검도 학대로 간주된다.

스웨덴의 학사일정은 8월중순쯤 새 학년을 시작해 다음해 6월초에 마무리된다. 6월초면 긴 여름방학으로 들어가는 학년말인데 이때는 졸업시즌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 고교졸업식은 특히 유난스럽다. 이날 졸업생들은 자작나무와 리본, 풍선으로 울긋불긋 치장한 트럭이나 오픈카를 타고 밴드소리도 요란하게 가두행진을 벌인다. 우리가 방문한 때도 마침 그 즈음이어서 도처에서 그런 행렬들을 볼 수 있었다.

안승문 선생의 특강은 이번 연수의 하이라이트였다. 그는 이번 북유럽교육시찰을 권했던 당사자여서 그의 특강은 이번 일정중 가장 기대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런데 호텔 부대시설 사용료가 너무 비싸 귀한 특강을 부득이 좁은 호텔방에서 들어야 했다. 격식을 못 갖추어 적이 민망했지만 밤늦도록 얘기꽃을 피운 귀한 시간이었다. 안 선생은 북유럽 각국의 교육시스템과 그 바탕이 되고 있는 사회체제 그리고 대표적인 시책과 사례들을 소개해 주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위에 강력한 사회보장제도를 결합한 북유럽국가들의 사회민주주의체제-오늘날 세계인들이 부러워하는 '스칸디나비아형 복지국가체제'의 원동력이 바로 '평등교육'관을 바탕으로 일구어져 선순환되고 있음을 짚어주었다. 그런 중에도 '스웨덴형'과 '핀란드형'의 차이는 있다고 했다. 핀란드가 국민적 논의 끝에 일관된 교육시스템을 일찍이 정착시킨 데 비해 '무한자율'속에 끊임없는 실험들이 계속되는 스웨덴. 교사들을 우대하여 우수한 인재들이 교직으로 몰려드는 핀란드에 비해 2006년 집권한 우파연합이 교육에 성과주의를 도입한 이후 교직기피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스웨덴. 비슷한 교육시스템을 가진 양국의 교육성과에 차이가 나는 이유도 알 것 같았다.

안 선생은 한국에서 당장 차용할 만한 아이템도 하나 귀띔해 주었다. 학생 대표기구로 하여금 일정비율의 교육예산을 직접 짜도록 해서 시정에 반영하는 방안. 우리처럼 학생들의 '모의의회'가 아닌 실질적인 '학생의회'를 운용하여 '교육'과'실용'의 두 가지 효과를 함께 달성한 스웨덴 어느 지자체의 실제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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