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경찰관의 하소연
어느 경찰관의 하소연
  • 이수홍 기자
  • 승인 2008.07.04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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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 수 홍 부장 <서산>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첫 국가원수 외교로 미국을 택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10년 동안 소원해졌던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외교의 최우선에 뒀기 때문이다.

때맞춰 정부는 광우병 등 위험물질로 의심받는 등뼈 등이 포함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격 발표했다.

한미간 FTA문제 해결을 위해 쇠고기 수입 문호를 대폭 개방했다는게 현재까지의 정설이다.

그후 우리나라의 최대 화두는 촛불집회가 됐다. 어느덧 촛불집회는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대표적 아이콘이 된 것이다. 이런식의 국민의사 표시는 외국언론에도 색다른 관심을 촉발시키고 있다.

촛불집회의 정국에서 결국 정부가 미국과의 추가협상까지 이끌어냈지만 촛불은 아직도 서울 등 대도시의 광장을 밝히고 있다.

최근들어 촛불운동을 놓고 말들이 많다. 당초 순수했던 촛불집회가 시간이 지나면서 이해집단의 정치 선전장으로 전락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가 하면 촛불을 끄기 위해 이명박 정권이 다시 20년전의 공안정국을 조성한다는 비판도 쏟아진다. 양측의 주장은 여전히 날선 공방으로 이어지며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촛불참가자들간의 과격한 충돌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착잡할 뿐이다. 분명한 것은 지금의 갈등이 계속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사회 각계의 적극적인 해결의지가 본격적으로 가동될 때다.

최근들어 서산경찰서 각 사무실은 한두 명을 빼고는 텅텅 빈다.

왜일까 각종 파업현장에 투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산경찰서장은 새로 부임한지 3개월째다. 그는 부임후 1개월은 태안 기름유출사고 현장을, 1개월은 촛불, 화물연대와 공공부문파업 현장을 누비고 있다.

3일 서산경찰서 청사에서 만난 모 경사는 "실컷 잠자는게 소원입니다, 연일 파업현장을 지키느라 뒤로 미뤄 둔 본연의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그는 "진정사건 수사를 왜 미적거리느냐는 항의를 받을 땐 내가 왜 경찰이 됐는지 후회스럽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했다.

제대로 된 변명도 못한다는 그는 핏발 선 눈을 비비며 현장 출동채비를 했다.

나라경제는 파탄지경이고 서민들의 고통은 날로 커지는가 하면 무슨 초등학생 납치니 강화도 모녀 살인이니 하며 반인륜적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데도 정작 이를 보살펴야 할 공권력은 엉뚱한 곳에 매달려서 신음하고 있다.

크게 생각할 것도 없이 민중의지팡이인 우리나라 경찰을 본연의 현장과 일터로 보내는데 국민의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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