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진흥법, 진흥법 맞나
도서관진흥법, 진흥법 맞나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7.03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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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박 병 모 부장 <진천>

교육과학기술부가 학교도서관 활성화 대책 일환으로 내놓은 것이 학교도서관진흥법(도서관법)이다. 지난해 12월 의원입법으로 제정된 후 시행령 제정·공포에 이어 지난 6월19일부터 시행된 도서관법은 한마디로 '무늬만 진흥법'이다. 법령의 내용이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도서관 관련법으로는 현재 문화관광체육부 소관의 도서관법이 있지만 학교 도서관만을 위한 특별법이 따로 제정되기는 처음이다. 이 법의 시행령에 따르면 학교 도서관진흥을 위해 교과부장관은 학교도서관진흥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하고 교육감은 해마다 시행계획을 지역여건에 맞게 세워야 한다. 교과부장관 소속의 학교도서관진흥위원회와 교육감 소속의 학교도서관발전위원회를 각각 설치, 운영해야 하고 광역자치단체가 학교도서관 진흥을 위해 시·도교육청에 예산과 시설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학교 도서관은 100 이상의 면적, 1000종 이상의 도서를 갖춰야 하고 연간 100종 이상의 도서를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등 최소한의 시설기준도 명시돼 있다.

이처럼 학교 도서관 진흥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것은 반길 일이지만 법률내용을 살펴보면 실제 '진흥'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문제는 학교에 두는 사서교사, 실기교사, 사서직원 등 전문인력수를 학생 1500명당 1명 기준으로 산정하도록 한 것이다.

'학생 1500명당 1명'이라는 사서교사 배치기준의 경우 법조항 자체가 의무조항이 아니라 '학교도서관에는 사서교사·실기교사나 사서직원을 둘 수 있다'는 임의조항으로 돼 있다. 안 해도 그만이란 의미다. 시골학교에 이 규정을 충족할 만한 학교는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기존법에는 36학급 미만인 초등학교의 경우 사서교사와 겸임 사서교사 또는 실기교사 (사서) 중 1명을, 36학급 이상인 학교는 사서교사 1명을 두거나 겸임 사서교사와 실기교사 각 1명을 두도록 돼 있다.

학생 1500명당 1명의 사서교사를 두게 한 도서관법은 학생수가 많은 대도시 학교를 기준으로 한 규정이지 농촌지역처럼 학생이 적은 도농복합도시에는 전혀 맞지 않는다. 이 때문에 중소도시와 농어촌의 입장을 배려해 사서교사 배치기준을 '학생 500명'으로 대폭 하향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또 교과부장관이 학교도서관진흥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하도록 했지만 이미 2003년부터 도서관 활성화 5개년 계획이 추진돼 왔고 향후 5개년 계획도 곧 수립될 예정이다. '면적 100 이상, 도서 1000종 이상, 연간 100종 이상 추가 확보'라는 시설 기준도 너무 낮게 설정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미 웬만한 학교들이 이 정도의 도서관 시설기준은 다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보다 더 나아지도록 하려면 오히려 시설기준을 높여 그만큼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교과부는 이런 지적이 나오자 예산문제를 거론하면서 난색을 표명하는 모양이다. 공무원들이 곤란할 때면 항상 들고 나오는 단골메뉴다.

도서, 벽지의 학교들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 기준만 정해 놓고 나머지는 교육감이 정하도록 한 것이라는 교과부측의 설명도 궁색해 보인다.

"학교 도서관에 대한 제도 자체가 마련됐다는 것에 일단 의미를 둬야 한다"고 말하는 정부측 입장은 실소를 금치 못할 지경이다.

법시행 자체에 의미를 둔다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시행했다는 뜻이 내포된 것 아닌가.

악법도 법이란 말, 틀리지 않다.

그러나 악법은 지켜야 할 법이긴 하지만 고쳐야 할 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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