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없는 장관에게 영혼 팔지마라
영혼 없는 장관에게 영혼 팔지마라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5.29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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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강 태 재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최근 충북의 자치단체장들이 농림수산식품부장관 지지서명과 관련하여 다른 한편으로는 부단체장 임명권 연판장 문제로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충북의 시장·군수중 상당수가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회유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정운찬 농림수산식품부장관 해임건의안 국회 표결에 앞서 해임반대 건의서에 서명한 도내 단체장은 김호복 충주시장(한나라), 엄태영 제천시장(한나라), 이향래 보은군수(민주당), 정구복 영동군수(선진당), 임각수 괴산군수(무소속), 김동성 단양군수(한나라) 등 모두 여섯인데 서명배경을 놓고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고 합니다.

방송 보도에 의하면 임각수 괴산군수가 정운천 장관의 농업정책 지지 건의문 서명과 관련, 농림부로부터 회유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농림부차관으로부터 3차례 전화를 받았고 국장들로부터도 전화가 왔었다"는 얘깁니다. 임 군수는 발언이 왜곡됐다며 군의 필요에 의한 것이었다고 번복하는가 하면 김동성 단양군수는 정치적 소신일 뿐 정부의 압박은 없었다고 강변했다지요.

잘 아시는 것처럼 이명박정부 출범과 더불어 회자되고 있는 '영혼 없는 공무원'이 얼마나 더 양산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영혼 없는 장관으로부터 돈(예산)으로 회유당하는 단체장 또한 영혼이 없기는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재정상태가 열악한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 수십억원은 큰돈이고 거절하기 어려운 유혹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중앙정부의 당근이 결국은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온다는 점을 모를리 없는 그들입니다. 나만 좋으면 그만이요, 우선 먹기 곶감이 달다는 것일 뿐이지요.

정부가 특별교부금인가 뭔가 하는 명목으로 지방자치단체를 길들여 오는 일이야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장관해임을 막아보자고 하는데까지 돈으로 지방자치단체장을 매수하는 수법은 과시 강부자, 고소영 내각답다는 말로밖에 달리 어떻게 설명하겠습니까.

충북의 여섯 시장·군수님들, 국민들은 광우병 쇠고기 먹지 않겠다고 어린 학생들까지 촛불을 들고 나서고 있으며 지역의 농민들은 쇠고기 전면개방이다, 한미 FTA다, 하여 극심한 좌절에 빠져 있는 상황입니다. 이들의 활로를 찾아 함께 고민해야 할 단체장께서 외려 염장을 지르는 지지서명이라니요!

충북의 기초단체장들이 벌이는 부단체장 임명권을 행사하겠다는 연판장을 두고도 말들이 많습니다. 관련 법률간의 애매모호함 때문이기는 하겠으나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있고 단체장들이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한 욕심에서 비롯되었다는 해석도 있다고 합니다. 어느 것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 지금 이 시점에서 바람직한 것이냐는 비판이 있습니다.

알려진 그대로 이명박정부는 수도권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지역균형발전정책의 출발이며 상징이라 할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특별시)를 비롯해 기업도시, 혁신도시를 재검토하거나 대폭 수정한다지만 그 속내를 알 길이 없습니다.

이런 판에 한가하게 부단체장 인사권을 놓고 갈등을 빚는다, 몇십억 지원금에 눈이 멀어 눈치보기를 한다, 혼란에 빠졌다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연판장은 도내에서 우리끼리 지지고 볶는데 쓸 것이 아니라 이명박정부의 역주행, 반 균형발전정책을 막는데 써야 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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