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 삶 이야기
산 & 삶 이야기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8.05.20 00: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 규 량 <충주대 노인보건복지학과교수>

산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음을 피부로 느끼게 해 준다. 지난번 칼럼 '산에서의 3가지 금기'를 읽은 독자들 반응은 대략 3가지 부류이다. 첫번째 반응은 진심어린 충고이다. 이는 산에 대해 아는 분들의 이야기이다. "천하의 약골로 유명한 당신이 무슨 산 이야기를 쓰느냐. 진짜 등산가(登山家)는 말이 없는데 당신이 산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턱도 없다"고 한다. 이는 곧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산에 대해 쥐뿔도 아는 것도 없이 뭘 쓴다는 것이냐는 반응이다. 이에 대해 할 말은 없다.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다.

두번째 반응은 경고이다. 산을 좋아하고 산을 아주 잘 아는 사람들의 반응이다. "그렇게 쉽게 가르쳐 주면 크게 다칩니다. 공으로 먹으려고 하니까." 산에서의 산과의 조화는 스스로 오랜시간에 걸쳐 깨달아가야 하는데 그렇게 쉽게 가르쳐 주면 되겠느냐는 산 선배님들의 가르침이다.

세번째 반응은 호기심어린 찬사이다. 산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언제 산행을 하는지 몰랐네. 혼자 다니지 말고 나도 한번 데리고 가줘" 한다.

산은 무조건 힘들다고 생각되어서 산을 가보려는 생각조차 안했던 사람인데 칼럼을 읽고 한번 따라가 볼까 하는 호기심이 발동한 것이다. 필자에 대한 이미지와 산에 대한 이미지가 부합되지 않아서인지 반신반의하며 격려하는 반응이다.

각 반응에 대한 답은 굳이 필요없다. 왜냐하면 모두 다 옳은 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가 산에 대해 뭘 알겠는가. 하물며 히말라야에 대해 얼마나 알겠는가. 단지 산을 통해 얻은 감동들을 많은 사람과 공감하고자 할 따름이다. 별것이 아닌 순간순간의 감동들이 훗날 메아리되어 가슴을 칠지 몰라서이고 소소한 이야기를 지금 풀어놓지 않으면 망각되어 안개처럼 사라져버릴지 몰라서이다.

내가 얻은 잔잔한 감동들을 글로 전하기란 쉽지 않고 얼마나 읽혀질지 모르나 앞으로 산과 인연 맺을 사람들의 눈에 띄어 읽혀질지 모른다는 희망에서 글을 쓴다.

더구나 대한산악연맹 회장이며 한국등산학교장이신 이인정 회장님의 적극적인 격려와 검증이 있어서 용기내어 계속 쓸 수 있을 것이다. 회원도 아닌 제가 감히 글을 쓰고 있음에 죄송할 따름이다. 반면 따뜻한 조언에 대해 지면을 통해 감사드린다.

산과 인연을 맺으면서 산과 관련된 사람들과 만나게 되어 더욱 산을 사랑하고 이해하게 되듯이 처음부터 산을 알고 시작하는 것은 아니리라 생각된다. 그렇다고 행여나 필자와 같은 문외한이 산을 논한다고 산을 우습게보지 말기 바라며 더구나 잘 알지도 못하면서 칼럼 쓴다고 너무 욕하지 말기 바란다. 그저 산을 통해 인간의 삶을 이야기하고자 할 따름이다.

유난히 계룡산을 좋아했던 나의 지인 일본어 원어민 교수는 산을 찾는 이유가 그곳에 절 갑사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다른 친구들은 그곳엔 조상님의 숨결이 있어서, 그곳엔 고요함이 있어서,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건강을 되찾기 위해서, 산친구들과의 만남이 있어서, 산을 정복하기 위해서, 대약과 소약이 있어서, 기도하기 위해서 등등을 얘기한다.

산과 인연 맺는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모두 있을 법한 이유인데 계룡산에서 만난 한 할머니는 유독 그 이유가 독특했다. 울기 위해서였다. 이렇듯 산을 찾는 이유가 매우 다양한데 그만큼 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음을 시사한다.

여러가지 이유처럼 산에는 산을 정복하기 위해서 오는 사람보다 그들 나름의 인생을 정복하기 위해서 오는 사람이 더 많다고 본다. 이들에겐 등산을 위해 산이 있다고 하기보다 삶을 이해하고 사랑하기 위해 산이 있는 것이다. 그 산에 그들의 무거운 삶을 얹어 보태주기 때문에 산이 더욱 웅장해지는 것일 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