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과 교사 김성장
광우병과 교사 김성장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5.13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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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 승 환 <충북민교협 회장>

지난주였다. 그러니까 2008년 5월7일 수요일 오후 2시35분에 옥천중학교의 김성장 선생은 이렇게 말했다. 평소 말이 적었던 한 학생이 '선생님 서명하셨어요'라고 물었다면서 김 선생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또 다른 학생은 '광우병시위에 안 가실 것이냐'라고 질문을 했다면서 김 선생은 놀랍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어린 중학교 학생들이 모두 그런 분위기여서 '옥천의 최남선'이라고 불리는 김성장 시인은 더욱 당황했다고 한다. 김성장 선생이 말하기를 이 학생들은 그가 전교조 소속 교사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한다.

김성장이 누구인가. 지난 20여 년을 전교조 운동에 헌신한 국어 선생님이다. 그는 늘 현실과 사회적 문제에 고민을 해 왔다. 그 바람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학생들의 존경을 받던 유능한 교사였다. 그런 그가 신자유주의 환경 속에서 광우병 때문에 학생들의 압박을 받아야 하는 희한한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학생들 질문의 핵심은 학생들이 자신들의 운명과 국가의 미래를 염려하는 판에 어떻게 교사가 현실에 무관심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제자들의 이 한마디로 김성장 선생은 학생들의 미래는 물론이고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교사가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이자 서예가인 이 성실한 선생님은 자신은 촛불시위에 갈 수가 없고 또 대통령 탄핵 서명을 하기는 어렵다고 말하는 것을 넘어서서 학생들은 학업에 충실해야 한다고 지도를 했다면서 모처럼 맑은 하늘을 응시했다.

김성장 선생이 허탈해 하고 있던 바로 그 시간에 서울에서는 또 다른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5월7일, 몇 시인가는 확인할 수 없으나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은 여의도 촛불집회에 학생들이 많았던 것은 그 지역에 전교조 교사가 많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니까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에 의하면 전교조 교사들 때문에 어린 학생들이 모인 것이 된다. 정말 놀라운 현실인식이다. 이렇게 무감각하고 이처럼 시대착오적인 분이 교육감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나는 이 발언이 현직 교육감의 책임감에서 나온 말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지역교육의 최고 책임자인 공정택 교육감은 무엇인가 착각을 하고 또 오해를 하고 있음을 지적해야겠다. 김도연 장관이나 공정택 교육감은 전교조 교사가 선전선동하여 학생들이 거리에 나가는지 아니면 학생들 자신이 판단하고 결정해서 거리에 나가는지를 직접 확인을 해 보기 바란다.

10대들의 정보력과 판단력 그리고 자기주장은 기성세대보다 못하지 않다. 다소 감정적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거의 대다수의 10대들은 나름대로의 판단과 분석을 한 다음에 광우병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어떤 학생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더라도 광우병이 걸릴 가능성이 많지 않다는 것쯤은 우리들도 알고 있어요'와 같은 발언에서 10대들의 이성적 판단을 확인할 수 있다. 학생들의 말이니까 틀렸고, 학생들의 감정이니까 옳지 않으며, 학생들은 학업에나 충실하라는 것은 정치가들의 착각이며 기성세대의 오류다.

광우병에 걸릴 확률과 같은 것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그런 감성적 반응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점에 있다. 먼저 정치권과 기성세대들은 그런 상황에 대비하지 못한 것을 반성해야 한다. 현대사회는 울리히 벡이 말한 것처럼 경제의 논리와 위험의 논리가 경쟁을 벌이는 위험사회(Risikogesellschaft)이기 때문에 정부는 그것까지 대비하여 정책을 세워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 정부의 인식과 발언에서 보듯이 일이 벌어진 사후(事後)에 국민들이 진실을 알지 못한다고 원망하는 식이라면 이명박 정부의 미래는 어둡다 못해서 비관적이다. 이명박 정부에 더 기대할 것이 없어 보이지만 6개월이 안된 새 정부를 실망 속에서 부정해야 하는 국민들의 마음도 편치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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