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산업과 네티즌의 힘
음반산업과 네티즌의 힘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5.09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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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정 규 호 <청주시 문화산업진흥재단>

세계적인 힙합그룹 블랙 아이드 피스의 리더이자 프로듀서인 흑인가수 윌아이엠(Will.I.am)의 음원(音原)에 대한 생각은 남다르다.

7일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에서 만난 그는 소위 불법복제에 대해 상식을 파괴하는 소신을 밝히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상상의 최전선'이라는 명제로 주제발표에 나선 윌아이엠은 불법복제라는 단어 자체가 지니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거부하며 노래의 무한 복제 및 다운로드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저작권을 포함한 지적재산권의 보호가 첨예한 관심을 끌고 있는 시대상황에서 윌아이엠의 이런 사고방식은 놀라울 따름이다.

음반산업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황폐화되는 위기의 상황에서 그가 불법복제를 옹호하고 있는 이유는 단순하다.

"음악활동을 통해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을 유발하는 것은 저의가 있든 없든 간에 효과 자체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윌아이엠의 생각은 음반판매를 통한 1차적 수익구조에의 집착보다는 광범위한 음악의 보급에 초점이 모아진다.

인터넷을 통해 음악을 다운로드한 뒤 그 음악에 대한 감동으로 콘서트에 돈을 쓰게 만드는 것이 시대상황에 맞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사회적 이슈를 음악에 반영함으로써 사회공헌과 함께 참여를 유도하는 역할이 폭넓은 정보화시대에 대응하는 음악인의 자세라는 것이다.

불법 복제와 다운로드 그리고 해적판의 범람은 음반시장의 극심한 불황을 만드는 직접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때문에 한국의 음반시장은 그룹 GOD가 2001년 발표한 4집 앨범 '길' 이후 밀리언셀러를 전혀 기록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지난해 최다 판매량의 기록은 겨우 19만장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불과 10여년 사이에 이처럼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네티즌의 반응에 대해 불법복제나 다운로드 대신 정품을 구입해 달라는 눈물겨운 호소가 과연 얼마나 먹힐 수 있느냐에 있다.

김도향과 조영남은 최근 데뷔 40주년 기념음반을 발표하면서 아예 CD판매 대신 유료 다운로드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라이브의 황제로 불리는 이승철은 인터넷을 통한 다운로드에 자신감을 보이면서 '많이 들으라. 그리고 콘서트에 와라'는 식의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

이러한 가요계의 움직임은 시대상황의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인 것이며 질풍노도와 같은 네티즌의 반응에 대한 수용이자 새로운 수익모델의 구축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인터넷은 소통이다. 그 소통은 일단 철저하게 개인지향성을 띠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넓고 빠른 전파성을 띠면서 공론화되기도 하면서 여론을 형성하는 중요한 매체로 작용하고 있다. 혼신을 다해 노래를 부르고 정열을 다 바쳐 제작한 음반이 아무 대가 없이 순식간에 다운로드 되면서 무작위로 퍼져나가는 행위는 소위 눈뜨고 도둑질을 당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땅을 치고 통곡할 일이다.

그러나 이미 세상이 그렇게 변한 이상 정품을 사달라고 애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음악을 통한 사회참여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새로운 다운로드 유료화나 콘서트로의 기꺼운 참여를 호소하는 편이 낫다. 그리고 그런 네티즌의 요구에 순응하면서 바뀐 세상을 실감할 줄 알아야 한다.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이루어진다'는 에디슨의 격언은 적어도 상상력이 화두인 지금 그 비율이 이미 크게 달라지고 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 변화는 네티즌이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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