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이 알아야 할 것
통합민주당이 알아야 할 것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5.08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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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한 덕 현 <편집국장>

통합민주당의 원내대표 경선이 정치권의 색다른 관심사로 부상했다. 한나라당이 친박-친이 세력간 알력과 쇠고기 개방의 후폭풍으로 혼돈스런 상황에서 제 1야당인 통합민주당은 겉으론 한목소리를 내는 것 같으면서도 안에선 심각한 수(手) 싸움을 하고 있다.

과거 원내총무로 불리던 원내대표는 한마디로 거간꾼과 같은 존재다. 다소 지나친 표현이지만 공당의 얼굴마담으로 활동하며 상대 당과의 밀고 당기는 게임을 체질화해야 하기 때문에 그 역할에 준한다면 틀린말도 아니다. 어차피 정치가 타협과 협상의 테크닉을 중시하는 일종의 '종합예술'이라는 속설에 귀착해도 자신이 속한 조직에 최대한의 실리를 안기면서 상대 당의 공감을 이끌어 내려면 말 그대로 거간(居間)을 잘 해야 인정받는다.

제대로 된 정당정치에선 원내대표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상황마다 어쨌든 말 많은 사람들을 대변하고 또 특정 방향으로 이끌어야 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 이념과 이해관계가 상치되는 정적과의 싸움에선 최전선에 서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예측불가능한 정치가 횡행하는 사회일수록 원내대표의 파워는 더욱 막강하다.

그래서 그런지 현재 민주당의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구성원들이 잔뜩 발톱을 세우고 있다. 보나마나 정치판의 일인만큼 무슨 계파니, 지분이니, 지역대결이니 하는 말들이 쏟아질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수도권과 비수도권, 호남·비호남 운운하는 고질적 대결구도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충청권에선 관심을 가졌던 홍재형(충북)·박병석 의원(대전) 중 박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는 바람에 단일화가 됐다.

홍재형 의원은 지난 4·9총선 때 이미 원내대표를 공약으로 내세운 주인공이다. 3선에 성공할 경우 경제부총리를 지낸 경력에다 정치적 중량감을 가미한다면 본인 스스로가 판단해도 누구보다 '적격'이라고 확신한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충청권, 특히 충북에서는 굳이 홍 의원 개인의 역량을 따지기 전에 정치적 역학관계 때문이라도 당 차원에서 충청권 의원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사실 민주당에 있어 충북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우선 수도권에서 참패하고 영남에서 거덜난 민주당이 호남당으로 전락되려는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충북이 전국 정당으로 만들어 주지 않았는가. 선거 초반 자당 후보들의 탈당설이 나올정도로 절대 열세의 상황에서도 전체 8석중 6석이나 민주당에 안겼으니 이런 '현상'은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엄청난 사건이다.

말 그대로 이를 정치적으로만 평가한다고 해도 당으로선 충북에 대해 엎어져 백번이나 절을 해도 부족할 판이다. 할 말은 아니지만 만약 호남이나 영남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가정해 보자. 원내대표가 아니라 아마 대통령까지 넘보려고 했을 것이다.

이유는 또 있다. 민주당이 충북에서 압승하기까지는 이명박 정부가 큰 역할을 했다. 청와대와 각료의 인선에서 충북이 철저하게 소외된 것에 대해 이곳 유권자들은 총선을 통해 확실하게 심판한 것이다. 문제는 여당이 안긴 상실감이 민주당에 대한 절대적 지지로 전이됐지만 이 또한 아직은 포괄적 민심으로 착근되지 못한 정서적 과도기 상태라는 점이다. 만약 18대 국회의 민주당에서 만큼은 당연히 충북이 배려돼야 한다는 기대감이 좌절된다면 그 배신감은 또 어떤 출구를 택할지 뻔하지 않은가. "그래 두고 보자"가 될 것이다.

정치에서의 결정적 잣대는 물론 머릿수다. 민주당의 원내대표 경선이 이런 숫자 놀음으로 전개될 경우 충청권 의원들로서는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경선을 바라보는 이곳 유권자들의 생각은 더욱 남다르다. 비록 당내 81개의 의석중 충청권이 차지하는 비율은 충북 6석을 포함해 8석에 불과하지만 그렇다고 민주당이 이 8석의 의미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예의 수도권이나 호남의 '떼'로 밀어붙인다면 "두고 보자"는 곧바로 현실로 닥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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