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민족주의의 불을 꺼라
국가민족주의의 불을 꺼라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5.07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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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 승 환 <충북민교협 회장>

중국과 한국에는 국가민족주의라는 감정의 불길이 치솟고 있다. 4월27일, 북경올림픽의 서울 성화 봉송 때 일어난 사건 때문이다. 프랑스에서 성화가 꺼지는 것을 목도한 중국 유학생들은 조직적으로 서울에서 성화봉송을 호위했고 그 와중에 중국 유학생들과 한국인들간에 물리적 충돌이 있었다. 문제의 발단은 티베트였다. 거의 모든 중국인들은 내정(內政)인 티베트 문제에 간섭하는 세계의 국민들에 대하여 분노하고 있다. 중국인들에 의하면 한국이 티베트 문제에 간섭하는 것은 마치 제주가 탐라공화국으로 독립하겠다고 선언한 것을 중국이 지지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한국인들 역시 분노하고 있다.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물리력을 행사한 중국인들에 대한 적대적 감정이 폭발했다. 한국인들은 물리적인 충돌을 자행한 중국인들이 한국의 주권(sovereignty)을 무시했다고 본다. 이처럼 중국은 중국대로 자국의 주권이 무시당했다고 보는 반면 한국은 한국대로 자국의 주권이 무시당했다고 보고 있다. 이 사건으로 양국 사이에 적대적 긴장감이 증폭되었고 양국 국민들의 감정이 악화되었다. 이에 대해서 한국의 학자들은 중국의 애국주의와 중화주의를 문제로 꼽았다. 최근에 강화된 중국의 애국주의 교육이 중화주의와 중국민족주의를 공고히 하여 철저하게 무장된 형태로 내면화되어 있다가 성화봉송을 계기로 폭발했다는 것이다. 한편 중국 유학생들의 주장은 '올림픽과 정치는 구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1936년 히틀러가 베를린 올림픽을 나치선전장으로 이용한 것을 상기시키는 역설적인 발언이다. 당연히 우리는 북경올림픽이 탈정치적이고, 휴머니즘적이면서, 생태환경적이고, 또 문화예술적인 인류의 축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同一個世界, 同一個夢想)'을 내세운 북경올림픽이 성공적이기를 기원한다.

문제는 한국인들의 국가민족주의적인 태도다. 27일 서울에서 시위를 주동한 중국 유학생들에게 '죽여 버리겠다'라는 협박이 가해졌다. 중국인들의 물리력 행사도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협박을 용납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언론의 균형감각이 요청된다. '중국인 유학생 수천명이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난동을 부렸다', '중국인들의 폭력시위로 한국인들 다수가 부상을 당했다', '무법천지' 등이 한국의 언론을 장식했다. 이 보도만 보면 중국인들은 폭력배나 다름없으며 한국의 주권을 침해한 범법자들이다. 이런 보도를 접한 한국인들이 분개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왜 중국인들이 분노하는가와 같은 심층적인 분석이 적었다는 것이 아쉽다.

현재 한국에서는 국가절대주의와 민족중심주의의 불이 타오르고 있다. 그것은 중국이 패권주의로 돌아서고 일본도 재무장을 하는 등 힘의 논리로 치닫고 있으니 한국 또한 강력한 힘을 길러서 외세와 맞서 싸우고 또 이겨서 위대한 한국을 건설하자라는 비이성적 애국주의의 횃불이다. 참으로 위험한 불길이다. 패권주의, 제국주의, 국가절대주의, 민족중심주의는 20세기의 유물이다. 21세기는 그런 근대의 논리에서 22세기를 향한 인간/생명/환경/반전/평화/공존/상생으로 나아가는 가교(架橋)의 세기다. 중국도 그런 중화주의와 패권주의 그리고 애국주의로는 인간다운 삶의 공간을 만들 수 없고 한국 역시 국가절대주의와 자민족중심주의로는 인간다운 삶의 공간을 만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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