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에서의 3가지 禁忌
山에서의 3가지 禁忌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5.06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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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한 규 량 <충주대노인보건보기학과 교수>

오랜만에 계룡산을 찾았다. 대학시절 동학사에서 갑사로 넘는 등산로는 그리 먼 코스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지금은 매번 산에 오를 때마다 겸손함을 배우게 해주니 산이야말로 나의 스승이다. 수없이 많은 계룡산의 돌계단은 인간이 갖고 있는 욕심의 무한대를 말해주는 듯 끝없이 이어지는데 욕심이 많으면 많을수록 힘들게 한다는 것도 일깨워준다.

대전에서 원어민 교수를 하던 일본인 친구는 계룡산이 좋아 시집을 낼 정도로 계룡산 마니아이다. 그가 좋아하던 갑사가 계룡산에 있기 때문이다. 가을 갑사를 유난히 좋아했던 유별난 그가 20여 년 전에 계룡산을 논할 때는 그저 대학시절 한두 번 다녀온 곳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그것은 젊은 시절 희희낙락(喜喜樂樂) 낄낄대며 청춘에 취해 산 맛을 모르고 오르던 때의 행동이었으니 그러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필자는 이런 계룡산에 전문인 구루(Guru·선지식인)를 따라 정식으로 입문하게 되면서 아직도 산은 잘 모르지만 산을 논하기 시작한 산(山) & 사(寺)의 초년생이다. 산을 좋아한지 5년째 됐지만 아직도 산에 오른다는 생각을 하면 겁이나는 여러 증상들은 피할 수 없다. 숨이 가쁘고 구역질이 나면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배가 슬슬 아파 화장실에 가고 싶은 것들이다. 이런 완전 초보가 등산 초년생들에게 구루의 가르침을 전수 받아 전하고자 한다.

산을 제대로 오르기 위해서는 3가지 금기사항을 지켜야 한다. 첫째, '등산 도중에 물을 마시지 마라'는 것이다. 산을 오르면 숨이 가쁘고 땀이 나기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찾게 되는 것이 '물'이다. 그리고 산자락에서 내려오는 시원한 약수가 있어 목을 축이면 그 고마움은 가히 환상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구루는 물 금기 명령을 내렸다. 그것은 산을 오르면서 내뿜는 몸속의 불순물, 탁한 기운들이 땀을 통해 빠져 나가고 있는데 거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과 마찬가지라 한다. 그러니 힘이 들더라도 참고 오르라는 것이다. 꼭 물을 먹어야겠거든 쉼터에서 쉬면서 땀을 식힌 후에 마실 것을 권유한다. 이유인 즉, 몸속에서 불이 나서 물을 찾게 되는 것인데 불난 곳에 물을 뿌리면 불의 근원지에서 활활 더 타오르게 되는 이치와 마찬가지이니 불을 좀 삭인 후에 물을 부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금기는 '산에서 담배 피지마라'는 것이다. 산을 오르느라 힘이 드니 담배 피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담배 생각이 날까 싶겠지만 사무실에서 담배 피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나쁘다는 것이다. 산에선 숨이 가쁘기 때문에 심호흡을 하게 되므로 폐 깊숙이 담배연기가 들어간다는 사실이다. 흡연자의 연기로 인해 담배 피지 않는 사람까지 간접흡연하게 되니 산에서의 흡연은 동반자살이나 다름없다.

세 번째 금기는 '산에서 소리 지르지 마라'는 것이다. 산에는 분명 산 주인이 살고 있고 우리는 단지 산에 방문하여 좋은 기운을 선물로 받아오는 곳이다. 그 산주인이 허락하지 않는데 야호∼하며 소리 지르는 것은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가서 마구 떠들어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조용히 자연의 소리를 들어야 할 곳에서 주객전도(主客顚倒)하여 엉뚱하게도 손님이 주인 행세하는 것이니 산주인으로부터 야단맞을 짓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휴일의 계룡산은 수많은 등산객을 포용하기에 넉넉했다. 바야흐로 때가 어느 때인지 알려주는 계룡산은 산벗, 철쭉, 산 목련, 이팝나무 꽃이 한데 어우러져 있었다. 철부지 인간들의 고함소리와 담배연기가 계룡산 산주인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는 않았을까 생각하며 야생화 하나하나 혹여나 밟힐세라 숨죽이며 욕망의 계단을 올랐다. 다 오르고 나니 어깨에 짊어진 욕망의 끈도 자연히 내려놓게 된다. 물! 물! 물!을 외쳐댔던 계룡산에서 이제 자연과 호흡하며 주변의 모든 자그마한 소리까지 귀 기울일 줄 알게 될 줄이야 어찌 알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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