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희 의원의 대충당(大忠黨)
이용희 의원의 대충당(大忠黨)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4.14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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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 승 환 <충북민교협 회장>

이용희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참전용사 출신으로 개인적으로는 극우이자 진짜 보수다.' 상당수의 국민들이 아연실색(啞然失色)했다. 그가 공천에서 탈락한 것은 이변이었거니와 그 이변을 넘어서는 표변이 우리를 더욱 놀라게 만든 것이다. 이 관록있는 정치가가 공천 탈락 직후인 2008년 3월17일, 자유선진당에 입당하면서 극우보수주의자로 표변(豹變)하는 과정은 심리학적으로나 설명이 가능한 특별한 사례다. 이용희 의원은 오랜 기간에 걸친 민주화운동과 야당생활을 하면서 쌓아온 자신의 이미지를 단번에 뒤엎고, 오기와 실리를 위한 정치적 전향을 한 것이다. 이 발언은 의미론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즉, 이 의원의 발화 내면텍스트에는 참전용사 출신이기 때문에 극우보수라는 의미가 깔려있는데 이것은 보수와 진보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무의식적 오류다. 여기까지는 좋다. 그 다음이 문제다.

이용희 의원은 '고향인 충청도를 근거로 하는 선진당에 입당하여 전국 정당으로 발전'시키고 '충북의석 절반을 확보하도록 판을 짜는 등'의 노력을 하겠다고 단언했지만 충북에서는 자신만이 당선되었을 뿐이다. 이번 선거의 결과로 볼 때, 충청도를 근거로 하는 자유선진당이 아니라 대전·충남을 근거로 하는 대충당(大忠黨)이라고 해야 한다. 자유선진당은 14명의 지역구와 4명의 비례대표를 확보했지만 거꾸로 해석하면 다른 지역에서는 정치적 의미를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자유선진당은 호남당이나 영남당을 연상시키는 대충당의 성격이 강하다. 어디서 많이 보던 구도 아닌가 서산의 해가 세상을 붉게 물들일 것이라면서 정치 말년을 호언했던 김종필씨의 자민련이 떠오른다.

'충청도를 근거로 하는 선진당'이라는 이용희씨의 발화로만 보면 정당은 어느 지역을 근거로 해야 하는 것처럼 들린다. 정치와 지역을 연결하는 이 무의식은 정치와 이데올로기를 연결하는 것보다 문제가 많다. 정당은 이데올로기의 실현체이므로 이데올로기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자유선진당은 한나라당을 실용보수로 규정하고, 자신들을 이념적 보수로 설정했다. 그렇다면 이념적 보수라는 이념을 앞세워 자신들의 목표를 실현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정당으로서의 생명력이고 정치권력의 핵심이다. 그런데 이회창씨는 자신의 이미지와도 상반되고, 또 지역당이 되지 않으리라던 장담과는 반대로 지역주의를 부활시킨 장본인이 되고 말았다. 이용희 의원은 여기에 편승하여 지역주의의 선봉장 역할을 했다. 참으로 아쉬운 대목이다. 돌이켜 보면 지난 수년간 한국사회는 망국적인 지역주의를 극복해 가는 과정에 있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거의 완전에 가깝게 지난 시절의 망국적인 지역주의가 부활했으므로 한국정치는 후퇴했다고 보아야 한다. 지역주의는 정당 이전의 붕당(朋黨)을 촉발시킨다. 단지 같은 지역에 산다는 이유로 같은 정당을 지지 선택한다는 것은 전근대적이고 또 감정적이다.

그런 점에서 충북은 지역주의에 함몰되지 않았다는 신선한 선례를 남겼다. 특정 정당인 민주당에 쏠리기는 했지만 적어도 지역주의와는 관계가 없다. 이것을 두고 과거 자민련시절의 학습효과라고 하기도 하고, 또 한나라당에 대한 실망과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열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여하간에 충북은 이 점에서만은 정치의 선진지역인 셈이다. 그런 의미를 담아 5선의 이용희 의원께 부탁드린다. 충북의 민심은 충청도당을 허락하지 않았고 또 대충당에 소속되기 싫은 것으로 판정이 났으니 충북을 지역주의로 몰고가지 마시라. 이 의원께서는 앞으로 지역주의를 극복하는데 앞장서는 충북, 합리와 균형이 살아있는 충북을 만드는데 기여해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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