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가린과 이소연, 그리고 어린왕자
가가린과 이소연, 그리고 어린왕자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4.11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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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정 규 호 <청주시 문화산업진흥재단>

가가린에 대한 기억은 특별하다. 초등학교시절 읽은 학생대백과사전의 맨 첫번째 수록 항목으로 지금도 생생한 유리 가가린(Juri Alexejewitsch Gagarin·1934∼1968)은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사라는 역사적 지위를 확보한 인물로 남아있다.

때마침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씨가 카자흐스탄의 발사기지에서 러시아의 우주선 소유즈호를 타고 우주비행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우리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하다.

4월12일은 러시아가 정한 가가린의 날이다.

1961년 우주선 보스토크 1호를 타고 1시간48분 동안 우주비행에 성공한 유리 가가린이 무사히 지구에 귀환한 날을 기리며 기념일로 만든 속뜻은 역사를 흥미로운 이야기로 재구성하겠다는 의도가 있다.

필자가 40여년이 넘는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초등학교시절에 읽은 백과사전의 첫 항목으로 가가린을 기억하고 있음도 나름 의미가 있다.

네이버는 야후나 다음 포털사이트에 비해 후발주자이며 당연히 온라인 세상에서의 세력은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네이버를 국내 1위 포털로 만든 결정적인 힘은 지식검색이라는 카테고리와 네티즌의 폭발적인 참여라는 쌍방의 소통에 있다.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는 위키디피아 역시 네티즌의 역량을 결집시키면서 지식 정보검색에서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고 있다.

지금 세계의 산업구조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산업혁명을 계기로 거듭난 산업시대는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을 통해 정보산업시대의 풍미를 거쳤으며 이는 지식산업의 시대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했다.

그러나 지금은 지식정보를 초월하는 감성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어린왕자'의 작가 생텍쥐페리는 죽음마저도 신비로운 이야기로 남아 우리를 아련하게 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종군비행사로 활약하던 생텍쥐페리는 1944년 7월 마지막 날 비행중 실종되면서 어린왕자의 우주, 그리고 '야간비행'과 유추되는 신비감을 만들면서 이야기의 극적효과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됐다.

그런 신비감은 최근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조종사로 복무한 호르스트 리페르트(88)가 출간한 '생텍쥐페리, 최후의 비밀'이라는 책을 통해 요격에 의한 전사라는 현실과 만나면서 감흥이 옅어진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그리고 오로지 '마음으로만 보아야 잘 보인다'라고 말하는 어린왕자와 여우의 상관관계는 오늘 18대 총선이 끝난 한국의 현실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코끼리를 소화하는 보아 뱀의 모습으로 인식하는 어린이의 시각과 모자로 받아들이는 어른들의 고정관념 사이에서 진리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이소연이 우주정거장과 도킹을 하고, 유리 가가린은 12일 어김없이 추억되는 4월.

이 땅의 어린이들은 여전히 위험하고 우리는 말의 홍수에서 빠져 나오는 정치적 현실에 엄연하다.

이제 지구는 꽃들조차 때 모르고 한꺼번에 피며 무리를 이룬다.

그게 지구 온난화를 가속시키는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서러운 서민의 생활에서 기쁨만이라도 한꺼번에 표출할 수 있게 하는 자연의 위대한 능력인지는 가늠할 수 없다.

다만 당분간 정치에 귀 기울이지 않아도 되는 현실이 고까운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남아있는 사이.

보다 풍성하고 보다 감동적인 이야기가 넘쳐나는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대한 기대의 현실에서 이소연은 지금쯤 우주 한 복판에서 어린왕자를 만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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