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신 모 <청주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2008년 18대 국회의원 총선거 전반을 관찰해 보면, 우리나라 정당정치가 매우 후진적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먼저 정당 이름을 보면 별별 희한한 정당들이 난립돼 있다. 정당 이름이 너무 자주 바뀌고, 새로 생겨나서 어떤 정당인가를 정확하게 이해한다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정권이 바뀌면 그 지도자에 의해 희한한 이름의 정당이 생겨나기도 하고, 선거철이 되면 어느 지도자라는 사람이 나타나서 이상한 이름의 정당을 양산해 내고 있다. 그 정당들의 수명이 얼마나 지탱할지도 모르고 몇몇 사람들의 사리사욕(私利私慾)에 의해 정당이 만들어지고, 해체되고, 통합되고, 개명되는 행태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 부끄러운 마음을 가눌 수 없다.

또 하나의 희한한 특징은 이번 선거에 나선 주요 정당의 대표들이 민노당 계열을 제외하곤 전부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것이다. 기호 1번 손학규 대표, 기호 2번 강재섭 대표, 기호 3번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 그리고 상징적으로 박근혜 대표로 칭하는 친박연대, 친박 무소속연대가 있다.

손학규 대표가 누구인가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다가 열린우리당으로 돌아선 사람이 아니던가. 이회창 대표는 또 누구인가 한나라당 대선후보를 두 차례나 했던 사람이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 대통령선거 3수를 한 사람이 아니던가. 또 박근혜 대표는 누구인가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 선거운동을 하면서 자의든 타의든 당밖에 박근혜당이 존재하는 이상한 형태의 선거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동당도 총선을 앞에 두고 친강성노조 성향과 종북주의라는 정체성의 갈등으로 두 정파로 갈라져 17대 총선보다 더욱 어려운 선거를 치르고 있다. 이념, 정책, 소신, 비전도 없이 그때그때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당을 떠나고 창당하고 이합집산하는 정치인은 빨리 청산하지 않으면 안되는 과제라고 생각된다.

세번째 후진적 특징은 한나당내 계파간 갈등으로 인한 선거전을 들 수 있다. 이번 선거내내 국민들은 한나라당과 한나라당을 탈당한 친박연대나 친박무소속 후보간의 대결구도에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선거를 앞에 두고 같은 당내 갈등이 공천갈등으로 비화되어 친박인사들이 탈당후 수십명이 출마하여 뿌리가 같은 후보간 혼전양상을 보이고 있는 선거전은 아무리 지탄을 받아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된다.

얼마 전 일본에서 신선하고 충격적인 개혁소식을 접했다. 일본은 작은 정부로의 공무원 개혁을 일단락짓고 정치개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소식이다.

자민당이 올여름 현재 480석인 중의원 국회의원을 180석 줄인 300석으로, 242석인 참의원 국회의원을 92석 줄인 150석으로 한다는 개혁안을 각 당에 제안하겠다고 한다. 그동안 일본은 전분야에 걸쳐 구조조정이 단행되어 국민들이 고통을 분담했는데 오로지 정치부문만이 기득권을 누리고 있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었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신하여 법률을 만들고 국가발전과 지역발전을 위한 제도와 정책을 결정하고 조사, 감사하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막중한 사명을 띤 국회의원과 국회가 개혁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의 초석인 정당정치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정당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18대 국회에서는 아무리 영향력있는 정치지도자라 하더라도 사리사욕에 물들어 정치를 하는 정상배(政商輩)들은 도태시켜야 한다. 오직 국민부담을 줄이고 국민이익을 증대시키며 국가의 미래비전을 위한 정치개혁, 정당개혁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