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에 마음의 빗장 열자
이주여성에 마음의 빗장 열자
  • 김금란 기자
  • 승인 2008.04.01 2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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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충북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이주여성은 약 3000여명. 농촌 부부 10쌍 중 4쌍이 이주여성이 포함된 신가족일 만큼 보편화됐다.

일반적으로 이주여성들이 언어나 문화적 차이로 가장 힘들어 할 것이라고 여기지만 언어는 시간이 약이듯 완전한 구사는 아니어도 시간이 흐르면 의사소통에 무리가 없을 만큼 익힐 수 있다.

이주여성들은 무엇보다 한국인의 차가운 시선이 가장 견딜 수 없다고 토로한다. 무언의 시선이 아이를 낳고 안정된 삶을 꿈꾸는 그녀들을 이방인으로 내몰고 있는 현실에서 충북도여성단체가 이주여성들의 친정어머니 역할을 하겠다고 나섰다.

31일 충북도청 대회의실에 열린 '이주여성 친정만들어주기' 자매결연식에서는 몽고, 베트남 등 6개국에서 시집온 23명의 이주여성들이 한국인 친정 엄마와 모녀의 연을 맺었다.

이날 필리핀에서 시집 온 임신 4개월인 벨나텟씨는 "초음파로 아기를 볼때마다 고향에 있는 친정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 혼자 운 적이 많았다"며 "한국 친정엄마가 생겨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벨나텟씨의 친정엄마를 자청한 옥천군여성단체협의회 강비옥 회장은 "서툰 말씨,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가슴에 담아놓고 풀어내지 못했을 많은 이야기를 털어놓고, 서로를 위해 기도할 수 있는 모녀 사이가 되고 싶다"는 말로 수양딸을 만나는 반가움을 전했다.

이들은 비록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은 아니다. 어찌보면 아픔과 슬픔을 공유할 수 있도록 마음의 빗장을 푼 것에 불과할 수도 있다. 열려 있지도, 닫히지도 않은 어중간한 상태의 빗장은 의미가 없음에도 이주여성에 대한 우리의 시선은 딱 그만큼이 아닌가 싶다. 이주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의 따가운 시선, 빗장을 여는 마음으로 사라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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