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산다는 것
잘 산다는 것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3.18 22: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이 수 한 <모충동천주교회 주임신부>

우리 인생의 최대 목표는 무엇인가 사람은 왜 사는가 사실 이 질문에 한마디로 대답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답중의 하나는 바로 행복하기 위해, 혹은 잘 살기 위해 산다는 대답일 것이다.

그런데 이 행복하게 산다는 것, 잘 산다는 것 만큼 애매한 말도 없다.

잘 산다는 것은 언뜻 생각하기에 도덕적으로 혹은 윤리적으로 올바르게 사는 것을 의미한다고 본다.

우리는 이를 선한 삶, 또는 덕스러운 삶이라 하기도 한다.

반면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향유하는 사람이나 높은 지위를 차지한 사람에게도 잘 산다고 표현한다. 굳이 이러한 사람들을 표현하라면 성공한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성공한 사람이라 평가 받는 사람은 비록 그들이 도덕이지 않다 하더라도 잘 산다는 말을 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심지어는 적당히 악해야 잘살 수 있다는 말도 하곤 한다.

그렇다면 행복한 삶이란 어떠한 삶을 의미하는가 선한 삶을 행복하다 하는가, 아니면 성공한 삶을 행복하다 하는가

아리스토텔레스는 선한 삶과 성공한 삶을 칭찬받는 것과 높이 평가받는 것으로 구별하여 설명하고 있다.

그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만일 우리가 도덕적인 삶을 산다면 물론 칭찬받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행복한 삶을 산다면 축하받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예를 들면 부모는 자녀에게 잘 살라고 말하곤 한다. 그런데 이 말을 하는 부모는 자녀가 얼마만큼 남들로부터 칭찬받는 도덕적인 삶을 사는가에 대해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만큼 높이 평가받는 성공한 삶을 사는가에 대해 더 관심이 많다 하겠다.

즉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있어서 행복은 높이 평가받는 것이며 그것은 성공 즉 성취를 의미한다. 따라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잘 산다는 것을 현대적인 측면에서의 윤리적인 질문인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변이 아니라 "행복한 삶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 역시 아리스토텔레스처럼 도덕적인 삶 보다는 성공한 삶에 대해 더 관심이 많을지도 모른다. 이 세상에 부유한 것,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 명예를 얻는 것을 원치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성공이 우리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재물보다, 지위보다, 명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얼마든지 있다. 우리의 생명이 그렇고, 서로간의 사랑이 그렇다. 재물을 얻기 위해 생명을 버리는 이는 어리석은 사람이요, 지위를 얻기 위해 사랑을 버리는 사람은 불쌍한 사람이다.

물론 게으른 가난뱅이보다는 부지런한 부자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불의한 부자보다는 의로운 가난뱅이가 더 인간다운 삶을 사는 사람이 아닐까 그런데 요즈음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방법이야 어찌되었든 그저 경제만 살리면 되고, 높은 자리만 차지하면 된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지 않나 걱정이다.

아직도 모든 후보가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이제 얼마 후면 총선이다.

문득 "아버지가 당선되면 나라가 망할 것 같고, 떨어지면 집안이 망할 것 같아 걱정이다"라는 과거 선거 때의 우스갯소리가 생각난다.

이번만큼은 우리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자신의 성공만을 위해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비도덕적인 인사들을 뽑아주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