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에서 본 治山治水
네팔에서 본 治山治水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3.13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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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한 규 량 <충주대 노인보건복지학과교수>

국민소득은 최저이지만 지구촌 행복도 1순위 나라라는 상식하나 만으로 히말라야 설산을 꿈꾸는 사람들과는 달리 지난여름 학생들과 1개월 가량 네팔 대장정에 돌입했다. 굿네이버스라는 단체가 네팔 오지에 들어가 활동중에 있다는 것도 모른채 봉사를 하면서 네팔인의 행복감을 배우고자 했던 것이다.

여름방학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기에 한여름 우기임에도 불구하고 떠나야만 했다.

우리 일행을 싣고 떠난 비행기 내에는 우리와 같은 부류의 단체들과 종교적 순례를 떠나는 듯한 분위기의 구성원들로 가득했다. 그들의 대대적인 일행에 비하면 가족 같은 숫자에 불과했지만 그 순간이 가장 행복했다. 카트만두 공항 상공 하늘에서 본 네팔은 큰 도시의 평지에 많은 인구가 분포돼 있지만 산꼭대기까지 일정한 간격의 집들이 자리잡고 있음에 무엇보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낮임에도 불구하고 먹구름이 짙어 우기임을 예상케 했다.

정해진 일상생활 속에서 바쁘게 살다 보니 과거, 현재, 미래를 통찰해 볼 여유가 없이 살아왔음을 네팔에서 실감했다.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는지, 해가 떠있는지 하늘 한 번 올려다 볼 시간 없이 살아왔음을 비행기속 하늘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비로소 알게됐다.

사물의 이치를 깨달음에 있어 생활 속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주만물에 대한 순응이치로 파악하였던 과거 선인들의 지혜가 뇌리를 퍼뜩이게 했다.

한편 장기간의 노지생활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준비된 온갖 짐들 속에서 유난히 태극기가 생각났다. 갑자기 태극기가 생각났던 것은 남다른 애국심이 있어서가 아니다. 최초로 일본에 갔을 때 한이 많았던 어머니가 챙겨주셨던 태극기를 해외 나갈 때마다 갖고 가는 버릇이기도 하고, 떠나기 전 학교로부터 받은 충주대학교의 깃발만으로는 대한민국을 외칠 수 없음을 알았기에 평소보다 큰 것으로 준비했던 것이다.

안개구름, 비늘구름, 뭉게구름, 먹구름 등이 교차하면서 과학시간에 배웠던 비와 구름, 태양 물에 대한 소중함과 고마움을 한 번도 생각하지 않고 살았음을 알게됐다.

태양에 의해 하천의 물이 수증기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서 구름을 형성하고 그것들이 뭉쳐 비가 되어 내린다는 것을 말이다. 이러한 수승화강(水昇火降)의 가장 기본적인 우주 만물의 이치를 깨달은 선인께서 우리나라의 태극기를 만들었다는 사실도 상공 위에서 번개를 보며 번개처럼 스쳐갔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수도는 복잡하고 인구가 집중 분포돼 있는지 카트만두 역시 최고의 인구밀도를 자랑하고 있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동물, 사람과 사물(자동차 등)의 부딪힘이 빈번하여 놀라움은 물론 생명의 위협까지 경험했다. 히말라야 설산의 깨끗함을 상상했던 것과는 달리 혼잡했고, 설산은 구름 속에 쌓여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더욱 놀란 것은 먹을 물이 귀하다는 사실이었고 깨끗하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설산의 눈이 녹아내려 연중 물은 흔하지만 그 물을 인도에 팔고, 인도는 그 수력으로 전기동력을 만들어 네팔에 되팔고 있는 실정이었다. 결국, 히말라야 설산 덕분에 네팔인들은 관광으로 먹고살고, 그 산에 머금고 있는 물이 또한 네팔인들을 먹여 살리고 있었다. 치산치수만 잘해도 한 나라의 임금은 국가를 잘 통치하는 일이고, 치산치수만 잘해도 온 백성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일찍이 대한민국을 일컬어 금수강산(錦繡江山)이라 했다.

천연의 자랑거리 금수강산을 잘 치산치수하는 일이 과거는 물론 앞으로의 임금님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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