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한나라당 공천
권력과 한나라당 공천
  • 남경훈 기자
  • 승인 2008.03.11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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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남 경 훈 <정치행정부장>

충북 8개 선거구에서 무려 42명이나 도전장을 냈던 한나라당 공천이 막을 내렸다. 정치적 소신과 철학 없이 10년만에 되찾은 권력에 기대어 보다 쉽게 국회에 입성하려는 급조된 정치 지망생들이 많았기 때문에 문전성시를 이뤘다.

결국 8명의 최종 승자가 탄생했다.

겉으로는 철저한 검증을 거쳐 임명된 공천심사위원회라는 공적기구가 이들을 가려냈다. 그러나 그 과정에는 새롭게 등장한 권력 핵심에 맞춰 판을 다시 짜려는 의도가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두줄 혹은 세줄, 네줄로 섰던 것을 한줄로 세우자니 얼마나 많이 잘라내고 추려내고 앞지르고 해야 했을까.

이번 공천은 단순히 4·9총선을 목전에 둔 단순 공천이 아니라 지난 1년 동안 엄연히 존재했던 '친이(親李) 친박(親朴)'이라는 계파간 경쟁이었다는 측면에서 던지는 의미가 새롭다. 대선 경선과정을 거쳐 지리하게 진행되어 온 이 싸움은 공천 마무리와 함께 친이의 승리로 끝이나게 됐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8명중 6대 1대 1로 분리됐다. 친이가 6이고 친박은 1이다.

이들 친이측 6명을 나누어 보면 또다른 권력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살아있는 현재의 권력과 예비권력인 당권을 겨냥한 포석까지 해석은 다양하다.

그동안 현역의원 없이 치러진 대선에서 충북의 당협위원장들은 계파별로 5대 5로 정확히 구분됐다. 그러나 지역 분위기는 조직이나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들의 성향에서 보면 친박쪽이 강했다.

이런 세력판도는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의 승리이후 전혀 딴판으로 흐르게 됐다.

도당위원장 선거나 선거대책본부 구성부터 친이세력들의 득세는 신호탄이었다. 이런 결과는 친이의 독식으로 끝내 마침표를 찍었다. 탈락측에서는 '독식'을 떠나 '폭식'이 돼 후회하는 날이 있을 것이라고 잔뜩 벼르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이유는 한나라당이 되찾은 정권은 친이 혼자만의 영광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 친박측의 설명이다. 치열한 당내 경쟁이 없었다면 이런 결과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과거 정당에서 볼 수 없을 정도로 한나라당은 이번 대선에서 새로운 당내 경선이라는 정치를 실험했고 성공을 가져온 것이다.

다른 선거처럼 '승자의 독식'으로 끝낼 수 없었던 것이 이번 대선이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권력에서 비켜나간 낙천자들은 이에 반발하면서 탈당을 감행할 움직임이다.

청주 흥덕갑의 윤경식 전의원이 낙천에 반발하고 10일 탈당을 시사했다. 청주 흥덕을의 김준환 변호사도 무소속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들은 오랫동안 당협위원장으로 당을 지켜왔다. 선거구도가 복잡해지게 됐다. 문제는 격한 공천싸움이 진행되는 동안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의 주변 상황은 많이 변해있다는 점이다.

통합민주당은 견제론, 인물론과 개혁공천이라는 무기로 일전을 벼르고 있다.

여기에 '강부자' 내각, '고소영' 내각에 이어 공천에서 승자독식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힘을 보태주다 보니 대선 참패 후 실망감에서 이제는 해볼만하다는 기류가 형성돼 자신감까지 붙어 있다.

충청권을 중심으로 하는 자유선진당도 한나라당의 공천 후유증으로 나타나는 '이삭줍기'를 '보석줍기'로 만들겠다고 눈을 부릅뜨고 있다.

새로운 권력의 힘은 이번 공천 결과에 그대로 녹아 있다. 그러면서도 권력이 존재하려면 견제와 균형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엄연한 진리도 동시에 던져주고 있다.

권력이 이번 공천에 힘을 발휘해 성공했는지 몰라도 과연 한달 뒤 국민들이 이런 권력의 힘에 어떤 평가를 내릴지는 누구도 장담 못하는 상황이다. 권력은 결국 국민들로부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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