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절대로 산을 넘지 못한다!
물은 절대로 산을 넘지 못한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3.11 23: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강 태 재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엊그제 일요일, 경부운하 연결구간이라고 알려진 현장을 답사했습니다. 충주시상수도취수탑이 있는 달천 싯계는 바로 달천갑문 예정지입니다. 이곳 달천의 물은 한반도에서 가장 물맛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맛좋은 3대 찻물의 첫째가 달천강물이고, 두번째는 금강산에서 한강의 가운데를 흐른다는 우중수, 셋째가 속리산 천왕봉에서 나뉘는 삼파수라고 합니다.

달천을 거슬러 올라가니 거대한 수석처럼 아름다운 수주팔봉이 나타납니다. 이곳은 충주리프트 예정지랍니다. 달천협곡을 막으면 모두 수몰되고 말겠지요. 수주팔봉을 휘돌아 수달의 배설물을 보면서 다시 이동한 곳은 이화령 고갯마루입니다. 백두대간 등허리에 올라 내려다 보면서, 차량터널보다 몇십배 더 크고 전례가 없는 긴 물길터널을 뚫어도 무사할지 걱정이 앞섭니다. 또 이곳까지 물을 채우려면 얼마나 넓은 면적이 물에 잠기게 될 것인지 참으로 이해되지 않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 진남교반으로 향했습니다. 경북 제1경, 문경 제1경이라는 이곳은 오정산과 영강, 3번 국도가 어우러져 산태극(山太極), 물(水)태극, 길(道)태극을 이룬 곳입니다. 토끼벼루를 눈길로 살피고 고모산성에 올라 주변 산하를 바라보니 독일의 로렐라이 언덕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정경이 펼쳐집니다. 이곳에 낙동강운하의 끝인 문경리프트가 설치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운하를 추진하는 분들이 백두대간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수로터널의 어려움과 위험성을 뒤늦게 깨닫고 노선을 변경했다고 하여, 이번에는 소위 '하늘 노선(Sky-Canal)' 예정지라는 눌재, 상주시 내서면과 화북면 사이의 백두대간 분수령을 찾았습니다. 이곳에는 터널대신 물을 채워 배가 다니게 한다는 것입니다. 이곳까지 배가 오려면 또 얼마나 많은 수몰희생이 따를 것인가. 우리가 찾은 괴산 삼송리 왕소나무도 화양계곡도 선유동까지도 물에 잠기나 봅니다. 괴산군민이 그토록 힘겹게 지켜온 달천이 댐으로, 인공수로로, 다 망가지게 된다는데 전율하게 됩니다.

우리 선조들은 곧잘 한반도를 인체에 비교하였는데 충청도는 배(腹)에 해당한답니다. 당연히 강원도는 등이 되겠지요. 그 사이에 등뼈, 척추가 곧 백두대간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허리부분 몇번 요추를 뚫게될지, 아니면 물을 채우게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척추가 손상되거나 물이 채이게 되면 그 사람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자연이라고 해서 불구가 되지 않을리 없습니다.

경부운하, 누구에게 좋으라고 만드는 것입니까. 저의 짧은 소견으로는 두 강을 이어붙이는 지역, 즉 내륙지방을 위해 뚫는 것은 아닌게 분명해 보입니다. 아니 충북과 경북 내륙지방의 희생 위에 서울과 부산, 수도권과 영남지방 편리하자고 하는 것 아닙니까. 만약 아니 외국의 사례를 보면 그럴 수 밖에 없을 것이지만, 기껏 운하를 뚫었지만 기대했던 물류혁명도 관광인파도 일어나지 않고 썩은 강물, 파괴된 산천(山川)만 덩그러니 남아버릴 때, 농경지가 말라붙고 홍수가 범람할 때, 그 때는 뭐라고 할 것입니까. 그저 쉽사리 운하를 환영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답사를 마친 일행 중 누군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쩌면 먼 훗날 '되지도 않을 일을 고집하며 억지를 부리는 것'을 빗대어 하는 말로 '이명박 운하하듯 한다'는 말이 생겨날지도 모르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