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침묵
봄의 침묵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3.05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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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목련
신 종 석 <시인>

봄을 알리는 입춘이 지나고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우수도 지났다. 오늘이 개구리가 입을 띤다는 경칩이다. 겨울의 매서운 바람도 잦아들고 보슬비가 내려 푸른 싹들이 얼었던 땅을 뚫고 돋아나기 시작하는 새생명의 계절이다. 제주도에부터 불기 시작한 꽃바람은 노란나비들이 한꺼번에 날아오를 것 같은 유채꽃을 시작으로 여수의 동백, 구례의 산수유, 광양의 매화를 비롯해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개나리, 벚꽃 , 진달래 등 꽃불이 일어 순식간에 온 산하에 번질 것이다. 봄, 얼마나 힘이 나는 계절인가 태양의 온화한 빛을 받아 땅이 서서히 제 몸을 열기 시작하면 온갖 생명체가 뿌리를 내린다. 사람들도 자연과 더불어 삶에 의욕을 느끼며 새로운 희망과 꿈을 키우며 중심을 세우는 계절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봄날에 갑자기 봄이 소리 없이 침묵해 새들의 노래 소리가 들리지 않고 꽃은 피어나지 않으며 샛강에 물고기가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될까.

환경운동의 선구자이자 작가인 레이첼 카슨은 그의 저서 '침묵의 봄'에서 '불길한 망령은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슬그머니 찾아오며 상상만 하던 비극은 너무나도 쉽게 적나라한 현실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카슨은 농약과 살충제, 제초제라는 이름으로 마구 뿌려져 생태계 질서를 파괴하는 독극물 피해를 우화적으로 고발하고 있다.

이제 언 땅은 풀렸다. 농부는 밭을 갈고 한해의 농사를 짓기 위해 합성화학 살충제로 인해 시름시름 앓고 있는 들녘과 산야에 무심히 농약을 뿌릴 것이다. 이번 태안 기름유출 사고로 인해 동·식물 500여종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사라진 동·식물이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한다.

또한 한반도 대운하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동·식물의 터전을 빼앗아야 할지 모를 일이다. 경제적 효과에 더 많은 무게 중심을 두어 개발에 따른 생태계 파괴의 심각성을 염두에 두지 않는 것 같아 매우 걱정스럽다. 분명 잘 사는 것은 모두가 소망하는 일이며 부강한 나라가 되길 국민 모두가 바라는 바이다.

그러나 잘사는 것이 경제적 가치만 따진다면 정말 행복한 삶이 될지 의심스럽다. 우리는 절대로 자연을 배척하고는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없는 생각을 한다. 더불어 사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자연을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 인간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 반드시 자연과 함께 해야 한다. 꽃이 피는 계절에는 꽃을 바라보고 새가 우는 계절에는 새의 노래를 들으며 졸졸 흐르는 시냇물에 발을 담글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여 당연히 느껴야 할 봄이 침묵하기 전에 자연의 안위를 걱정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안위이기 때문이다. 멀리서 꽃소식이 들리고 비를 흠뻑 맞은 초목들이 연둣빛을 띠기 시작한다. 그러나 활기찬 생명의 소리는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제자리를 빼앗기고 점점 힘을 잃어간다. 그래도 봄은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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