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부격차 불만 세계 1위
빈부격차 불만 세계 1위
  • 권혁두 기자
  • 승인 2008.02.11 2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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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권 혁 두 부국장 <보은.옥천.영동>

우리나라 사람의 86%가 빈부 격차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BBC와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세계 주요 34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나온 결과다. 34개국 평균치인 64%를 훌쩍 넘어서며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 초까지 3만452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였으니, 조사기간이나 표본수를 감안할 때 믿음이 가는 수치라고 할 수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전국의 15세 이상 7만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도 소득분배가 공평하다는 응답은 2.3%에 불과했다. 76.9%가 불공평하다고, 20.8%가 보통이라고 응답했다.

양극화 현상이 사회적 화두가 되다시피 한 마당에서 새삼스런 얘기는 아니지만 이 때문에 국민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조사결과는 충격적이다. 양극화에 대한 국민 체감도가 우리나라에서 유독 높은 것은 이 현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은 물론이고 수도권과 지방, 도시와 농촌,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헤아릴 수 없는 분야에서 불균형이 빚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최근에는 연령별로도 경제적 격차가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빈부 격차를 측정하는 대표적 지표인 '소득 5분위 배율(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수치)' 추이를 보면 30대는 2003년 3.6배에서 2006년 4.1배로, 40대는 4.3배에서 5배로 증가했다. 이 수치는 고령층으로 갈수록 더욱 벌어져 50대의 소득 5분위 배율은 2003년 5배에서 2006년 6.7배로 증가했으며, 60대는 7배에서 무려 10.2배로 급속히 확대됐다.

소득과 자산 불평등이 위험수위에 도달했음을 알리는 수치적 경보는 이 뿐만이 아니다. 도시가구의 시장소득을 기준으로 한 상대빈곤율(중위소득의 50%가 안되는 가구에 소속된 인구의 비율)은 2006년 16.42%로 전년보다 0.45% 상승해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99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1에 가까울수록 소득분배 불평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는 지니계수는 2002년 0.312에서 지난해 0.337까지 상승했다.

장황하게 이런 저런 수치를 동원해 지면을 낭비한 것은 질보다 양을 추구할 공산이 높은 차기 정부의 경제정책이 성장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균형을 잡아줬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지난해 3월 정부업무보고에서 중국의 발전 방향을 '유콰이유하오(又快又好·빠르고 좋게)'에서 '유하오유콰이(又好又快·좋고 빠르게)로 바꾼다고 밝혔다. 성장 일변도의 발전모델을 분배를 중시하며 질적성장을 추구하는 모델로 전환한다는 의미이다. 차기 정부가 '타산지석'으로 삼을만한 사례다.

호주 인근의 미니국가 '바누아투'는 번지점프 발상지로 유명해진 나라다. 인구 20만9000명에 농업과 관광업으로 경제를 유지하는 이 나라가 지난해 영국의 신경제학재단(NEF)이 조사한 행복지수 평가에서 세계 178개국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국민들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와 평균수명, 생존에 필요한 면적과 에너지 소비량 등 생활환경을 다양하게 평가해 순위를 매긴 이 평가에서 뜻밖에도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도미니카, 파나마 등 경제가 열악한 중남미 국가들이 2∼5위에 올랐다. 우리나라는 102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1등인 '바누아트'보다 1인당 평균소득이 6배나 높고, 평균수명도 5년 이상 긴 한국이 중하위권으로 처진 것은 경제를 포함해 국민들의 생활을 지배하는 사회환경의 질이 전반적으로 떨어진다는 얘기다. 86%에 달하는 국민의 생각, 우리가 102위에 머문 이유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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