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곰팡이와 2008년 개구리의 해
항아리곰팡이와 2008년 개구리의 해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2.11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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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칼럼
박 완 희 <원흥이생명평화회의 사무국장>

지난 1993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처음 발견된 항아리곰팡이라는 아주 생소한 양서류 질병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이 곰팡이는 양서류 피부에 있는 케라틴 성분을 먹고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피부호흡을 하는 개구리들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이 곰팡이에 감염된 대부분의 개구리들이 피부호흡 곤란 증세를 일으켜 치사율이 90%에 이를 정도로 높다고 한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항아리곰팡이는 2004년까지 한 해에 28km 정도씩 퍼져 확산되고 있으며 파나마에서는 재래종 황금개구리 90% 이상이 이 곰팡이에 의해 절멸한 상태이고 이미 미국과 유럽, 그리고 가까운 일본까지 퍼져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항아리곰팡이가 전 세계에 급속도로 확산되는 원인은 인위적인 개구리 이동 때문이라고 한다. 1930년대 아프리카 재래종인 발톱개구리가 실험동물로 전 세계에 퍼지면서 이 개구리에게 기생하던 항아리곰팡이가 함께 확산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애완용 개구리와 전시용 개구리 등에서도 그 원인을 찾고 있다. 2006년 말 일본에서 애완용 개구리에서 이 곰팡이가 발견되었다는 연구 조사가 보고된 바 있다. 특히 이 곰팡이는 물 속에서 홀씨 상태로 숙주를 찾아 운동하다가 개구리 피부에 달라붙어 기생하는 번식방법 때문에 순식간에 호수나 물웅덩이 전체로 확산될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곰팡이 홀씨가 포함된 물이 낮은 곳으로 흘러내려가면서 전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전문가들은 이 곰팡이가 야생에 노출되기 시작하면 한 지역, 한 국가 단위에서 양서류 멸종위기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아직 두꺼비와 항아리곰팡이와의 관계에 대한 연구조사가 진행된 바 없지만 두꺼비생태공원에 있는 원흥이방죽처럼 단절된 생태계에서는 그 위험성이 더욱 높다고 한다.

또한 논두렁 한 곳의 개구리가 한 해 동안 6∼7만마리의 곤충을 잡아먹고, 이 개구리는 뱀들의 먹이가 되어 야생 쥐의 개체수 조절 역할을 해 주는 등 생태계는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 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양서류의 떼죽음은 2, 3차 피해를 통해 우리 인간에게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 세계동물보호단체들은 2008년을 개구리의 해로 지정해서 양서류 보호운동을 펼치고 있다. 질병이나 곰팡이 같은 원인과 더불어 각종 개발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속도로 멸종되어가는 종이 양서류라는 점은 지구생태계의 보존을 위해서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늦은 감은 있지만 전문연구기관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 올해 항아리곰팡이에 대한 연구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미 몇몇 사례에서 국내에서도 항아리곰팡이 양성반응이 나타났다고는 전문가 의견이 있어왔다. 국내에서도 항아리곰팡이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신속한 연구조사와 더불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시민들이 인식하게 하는 다양한 홍보활동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애완용동물, 특히 개구리, 파충류 등 가정에서 기르던 애완동물을 야생에 방사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우리나라 토종 개구리 모두를 휩쓸어 버릴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 청주는 전국적인 두꺼비의 도시이다. 작년에 두꺼비이상증세가 발생되면서 초보적이지만 이미 두꺼비 질병, 유전적 결함, 중금속에 대한 영향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이제 그 영역을 확대해 전문가와 지방정부, 시민사회가 공동으로 항아리곰팡이 등으로부터 안전한 양서류 생태도시 청주의 미래계획을 세우면 어떨까 이것이 바로 우리 도시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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