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泰民安 家給人足(국태민안 가급인족)
國泰民安 家給人足(국태민안 가급인족)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2.05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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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강 태 재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國泰民安 家給人足(국태민안 가급인족), 어제 입춘에는 예년에 늘상 써 붙이던 입춘축과는 달리 새롭게 뽑아 보았습니다. 立春大吉 建陽多慶(입춘대길 건양다경)도 좋고 雨順風調 時和年豊(우순풍조 시화연풍)도 좋겠으나 올해에는 특별히 나라는 태평하고 국민들은 편안했으면 싶고, 제발이지 집집마다 살림이 넉넉해지고 사람마다 풍족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보았습니다.

최근까지 인수위가 벌이는 차기정부의 정책방향을 보면 절실히 와 닿는 구절입니다. 아무래도 한반도대운하를 집권기간내 완공하겠다는 의지가 곳곳에서 비치는 걸 보면 나라가 태평하기는 힘들 것 같고 전 국민의 영어상용화를 지향하는 영어공교육방침은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듯해서 그렇습니다.

그까짓 '오륀지' 인지 '아린지' 인지 안 먹고 제주감귤 먹으면 안 되는지 한·미FTA 조차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것이니 '오륀지'를 아니 먹을 도리는 없겠지요. 설혹 그렇다 하더라도 그냥 '오렌지'로 사먹으면 안되는지 그리하면 못 사먹는다니 아마도 영어공부는 해야 되겠지요 영어공부야 꼭 해야 한다면, 하면 그만이지만 오로지 경제 살릴 것을 바라고 찍어 준 국민들의 살림살이는 어떻게 될 것인지요 지금 돌아가는 국내·외적 경제동향을 보아서는 그간의 장담이 무색해질 것 같아 걱정입니다. 너무 조급해 하지 말고 기다리라고요 한 삽질에 운하 뚫고 오륀지 한마디에 영어상용화로 가는 마당에 국민들만 기다립니까 그러니 어쩝니까. 기다릴 밖에.

입춘방을 붙이고 발아래 놓인 신문을 집어 펼치니 '돈받고 봉사' '챙기기 봉사'라는 제목의 기사가 1면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삼성중공업' 예인선과 '허베이 스피리트' 원유운반선이 충돌하여 일어난 원유오염사건 현장복구, 즉 기름방제 봉사활동에 참가한 공무원들이 출장비를 받았다는 내용입니다. 어디 충북도교육청이나 대전시 공무원만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 지난해 청주시 공무원들의 시간외근무수당 사건이 겹쳐 떠오릅니다. 당시에도 왜, 우리만이냐는 불만이 팽배했었지요. 설마하니 엘리트 공무원들이 돈 몇 푼 때문에 태안에 가고 안 가고 했겠습니까만 직업이나 수입도 변변찮은 서민 대중들은 출장비를 받기는커녕, 제 돈 들여 차비하고 밥 사먹고 장갑 사 끼고 했기에 비교가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럴라치면 차라리 '자원봉사'란 말을 말고 그저 '지원'했다고나 할 것이지.

우리네 입춘풍속에는 전날 밤에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일을 꼭 해야 1년내내 액(厄)을 면한다는 적선공덕행(積善功德行)이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밤중에 몰래 냇물에 가 건너다닐 징검다리를 놓는다든지, 거친 길을 곱게 다듬어 놓는다든지, 다리 밑 거지움막 앞에 밥 한 솥 지어 갖다 놓는다든지 하는 미풍양속입니다. 하여 상여 나갈 때 상여머리에서 부르는 선소리에는 "입춘날 절기 좋은 철에/ 헐벗은 이 옷을 주어 구난공덕(救難功德)하였는가/ 깊은 물에 다리 놓아 월천공덕(越川功德)하였는가/ 병든 사람 약을 주어 활인공덕(活人功德)하였는가/ 부처님께 공양드려 염불공덕(念佛功德)하였는가" 라고 죽어서까지도 염라대왕으로부터 입춘날의 적선공덕행(積善功德行)을 했는지 심판받는다는 생각을 하는 우리의 아름다운 풍속입니다. 내일 모레가 설입니다. 입춘 전날 밤에 못다 한 적선공덕행일랑 내일 섣달그믐날밤이면 어떻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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