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현 국장께
박대현 국장께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1.21 21: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김 승 환 충북작가회의 회장

인간의 역사는 기억의 역사다. 당연히 충북도청의 모든 정책은 기록하여 기억되는 역사의 대상이다. 충청북도의 문화를 기록하여 기억한다고 할 때, 내용 자체는 사관(史觀)을 가지고 객관적으로 기술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정책과 행정에 대해서는 사관(史官)의 평가가 내려지게 마련이다. 내가 만약 충북문화사에 대한 글을 쓰게 된다면 객관적이면서 엄정한 평가를 할 것이다. 물론 나는 문화예술 분야 공무원 여러분들의 성실성과 업무능력에 대해서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문화예술 정책 결정과 실행에 대해서만은 비판적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

2003년을 전후하여 충북사회에는 지방정부의 문화예술 정책과 행정에 문제가 있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당시 문화예술단체들은 여러차례에 걸쳐서 문화예술 정책에 대한 건의와 조언을 했지만, 상명하달(上命下達)의 통치개념에 익숙한 관행 때문에 별무효과였다. 급기야 2003년 5월22일, 충북도청 대회의실에서 충청북도 문화정책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당시의 박대현 과장'은 언론의 비판과 문화예술인들의 비난에 맞서 2003년 충청북도 문화예술 예산 1.7%를 5년 이내에 2.0% 이상 높이는 노력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박대현 국장께서는 이것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결과는 어떤가. 최근 수년간 오히려 1.6% 이하로 줄어들었다. 청컨대, 박 국장께서는 2008년도의 객관적 수치도 제시해 주기 바란다. 또 있다. 재정부담이 별로 없는 충북문화헌장 제정, 문예진흥기금의 충북문화재단으로의 전환, 충북문화예술위원회 설치, 문화약자(文化弱者)에 대한 고려, 충북학연구소의 보완, 문화정책과 신설, 미술관 건립과 같은 문화기반시설 확충 등 수많은 정책을 제안했지만 대부분 외면했다. 결국 그런 정책들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다른 지방정부보다 늦게 수동적으로 실행된 것도 기억할만한 대목이다.

문화예술인들은 당시, 이원종 지사께서 시인의 시를 암송하고, 유명한 작가의 문장을 인용하며, 그림에 대한 식견을 이야기하고, 음악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며, 연극, 무용에 대해서도 높은 교양을 가졌다는 점을 존경하면서도 깊이 우려했다. 언론에 보도되는 것과 같이 표피적으로 문화예술의 교양과 취향을 자랑하는 것은 그야말로 연희적인 연출이다. 어떤 분들은 문화예술인들이 도청이나 정부의 예산에 관심을 가지지 말고 스스로 자구책을 찾고, 사적(私的) 영역에서 자신의 일을 하라는 애정어린 비판을 하기도 한다. 맞다. 실제로 문화예술인들은 그렇게 하고 있다. 하지만 그 발화의 심층구조는 충북도청에서 하는 대로 따르라는 묵언(默言)의 압력이 잠재되어 있는 통치적 발상이다.

2003년 문화관광국의 주무과장이었던 박대현 국장께서 2008년 문화관광환경국장으로 취임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필자는 박대현 국장의 업무능력과 인간적인 풍모에 대해서 일체의 유감이 없다. 그러나 충북도청의 국장들께서는 역사가 기억투쟁이라는 사실을 기억해 주시기 바란다. 2008년 충북도청의 정책과 실제를 기록할 기억투쟁의 그날도 멀지 않았다. 문화사에서는 몇 년 정도에 걸친 단기지속의 사건사보다는 직지의 세계화와 같은 수십년의 중기지속사가 중요하고, 중기지속사보다도 중원문화(中原文化)와 같이 수백년에 걸친 장기지속사가 더 중요하다.

시민민중단체와 마찬가지로 문화예술단체들도 장지지속의 최상위 심급에서 세상을 보고 사회변혁운동을 하는 것일 뿐, 몇 년 정도의 초단기 정책이나 누가 어떤 자리에 있는가에 대해서는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는다. 정치가나 관료들께서 정치경제적 관점을 우선하여 문화예술을 하찮고 시답잖게 볼 수도 있다. 그런 식이라면 문화예술계 역시 정치경제에 대해서 그다지 중요한 의미를 두지 않고 있으며 '힘 있는 충북'과 같은 동물적 목표도 희극적으로 본다는 사실을 기억하시라. 또한 문화예술인들이 2008년 충북도청의 정책과 행정 그리고 박대현 국장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시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