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기름유출사고와 경부대운하
서해안 기름유출사고와 경부대운하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1.15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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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강 태 재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지난 일요일 서해안 기름오염제거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원유 쓰나미 직격탄을 맞은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십리포 일대 기름유출사고 복구현장에는 일을 주관한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소속 회원 외에도 다수의 시민들이 함께 참여했습니다. 부모와 함께 나온 어린학생들로부터 칠십이 넘어 보이는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청주시민들이 참여했습니다. 세 번째 온다는 사람, 두 번째이거나 처음이거나 모두들 이른 새벽 청주를 출발해 아침부터 오후까지 거센 파도가 으르렁거리는 태안 바닷가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기름제거작업에 매달렸습니다.

진종일 기름을 닦아 낸 바윗돌이나 조약돌 개수가 손에 꼽을 정도이며, 번들거리는 자갈더미 속을 아무리 훓어내도 끝이 보이지 않아, 자신이 자리 잡고 앉은 둘레를 벗어나지 못할 정도로 지난한 작업이라는데 절망감을 느껴야 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일단 훼손된 자연을 복구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분명하게 깨달았으며, 계속 밀려오는 자원봉사인파를 보면서 위안을 얻기도 했습니다. 캐나다의 방재전문가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굿!"이라는 말 한마디 하고는 그냥 돌아섰다는 담당자의 말에 으쓱해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사고를 미연에 막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해야 했지요. 여수에서 발생했던 '씨 프린스 호' 사건의 교훈을 제대로 시스템화했더라면 이번과 같은 사고가 재발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같은 사고를 되풀이해서는 안되는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자연과 인간, 모든 생물과 생태계에 치명적인 재앙인 서해안 기름유출사고는 사고예방에 소홀했던 인재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경부대운하는 인간이 스스로 자초하는 재앙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그것도 '경제발전'이라는 허울 좋은 탈을 쓰고 말입니다. 충주를 '국제항구도시'로 만든다는 사기꾼 수준도 안 되는 거짓과 사탕발림을 하면서 말입니다. 흐르는 물보다 배를 띄우기 위해 가둬 두는 운하의 물이 더 맑다는 해괴한 논리도 등장했습니다. '고인물이 썪는다'는 속담이야 바뀌어도 그만이겠으나 운하로 인해 범람하는 강물, 홍수피해는 누가 당하는 재앙입니까 배를 운항하기 위해서는 물을 항상 채워놓아야 하는 것이 운하입니다. 지금의 충주댐도 툭하면 홍수다 인재다 범람하는데, 이에 더하여 둑을 높이고 물을 그득 채워놓을 양이면 그 결과가 어떻겠습니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 않습니까. 서해 기름유출사고로 굴양식장을 망치고 목숨을 끊은 어민의 장례식이 어제 있었습니다만 서해안에서 일어난 재앙이 경부대운하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지난주에도 말씀 드렸듯 경부대운하는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백두대간 40 구간이 핵심입니다. 아직은 어떤 코스로 뚫게될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절반, 즉 20 정도는 충북지역입니다.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외국의 사례에서 보듯 그 결과가 뻔한 일인데, 실패의 가장 큰 피해지역은 터널을 뚫고 계곡을 깎아내야 하는 충북과 경북지역 40 구간입니다. 한강과 낙동강은 훗날에라도 복원가능성이 남아 있겠지만 백두대간을 파헤치는 40 구간은 그 어떤 것으로도 '회복 불가능'입니다. 캐스팅보트를 쥔 충북이 경부운하를 반대해야 하는 까닭입니다.

다행히도 정우택 충북도지사가 경부대운하의 타당성 검토를 지시했다고 합니다. 타당성 검토는 물론 충북차원의 이해득실을 꼼꼼히 계산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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