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육감 당선에 부치는 '쓴소리'
새 교육감 당선에 부치는 '쓴소리'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12.27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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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 병 우 <충청북도 교육위원>

주민직선 교육감에 주어지는 영광은 '가시면류관'이다. 격상된 정치적 위상만큼 책임도 더욱 막중해진다. 당선 덕담을 서둘러 접고 쓴소리를 마다하지 못할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우선, 충북 최초 주민직선 교육감으로서의 영예를 누리되, 늘 '과유불급'임을 유념하기 바란다. 높은 지지율은 자신감의 바탕이되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지지율의 허수를 짚어보는 것 또한 자만을 경계하는 약이 될 것이다. 득표율이 60%를 넘었다지만, 투표율(61%)을 감안하면 유권자대비 지지율은 35%를 조금 넘는다.

이번 4개 시·도 교육감 선거에서 모두 2번이 당선됐다니, 대선과 연계된 '번호프리미엄'의 위세를 짐작케 한다. 거기다 '현직프리미엄'까지 누렸던 충북에서 그 정도 지지율은 오히려 상대의 선전이 돋보이는 수치다.

둘째, 선거에서의 지지는 후보 간 상대적 선택일 뿐이며, 공약에 대해서도 선택적 지지일 뿐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투표는 적극적 지지층만 참여하는 게 아니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 그마저도 없다면 최악을 막기 위해 차악이라도 택하는 것이 유권자들의 투표 심리다. 지지도, 당선도 그런 '두루뭉실한 선택'의 총합일 뿐이다.

셋째, 공약의 섣부른 이행보다 치밀한 검증부터 다시 하기 바란다. 이번 교육감 선거는 '정책선거'보다는 '인격선거' 양상이 두드러져 정책검증이 부실한 선거였다. 공약들도 경쟁하듯 급조해 정교하지 못하고, 차별성이 적다보니 이슈 선점을 위해 과도한 설정도 없지 않았다. 당선자의 공약들도 마찬가지, 옥석이 뒤섞여 있다. 그런데, 당선자의 경우, 더욱 심각한 결과를 낳는다. 공약이행의 딜레마에 빠져들면 선거 때보다 더한 회오리를 몰고 올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연합고사 부활 건이 대표적인데, 선거전 '검토' 수준이던 것이 선거를 통해 확정이나 된 듯이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공신력 있는 연구기관에 의뢰하겠다던 '검증'도, 요식행위로 남았을 뿐이라는 말 아닌가

내신위주 고입전형으로 학력이 떨어졌다면, 지난해 충북의 수능성적이 역대 최고였다던 발표는 거짓이었나 자가당착이다. 서울·인천·대전을 제외한 모든 시·도가 연합고사를 이미 병행중이거나 예정하고 있다면서도, 그로 인해 학력이 신장된 사례를 들지는 못한다. 타 시·도의 추세가 그래서 우리도 그래야겠다는 것은, 옆집 아이 학원보낸다고 덩달아 내 아이도 보내야겠다고 안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연합고사를 병행해도 사교육은 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에 이르면 억지스럽기조차 하다. 전형방식이 늘면 그에 따른 대비도 늘고, 그것은 다시 사교육 수요를 부를 것이 뻔한데, 그래도 학교교육만 강화하면 사교육비가 오히려 줄어들 것이다-이렇게 순진한 강변이 있는가. 내신만 시행하는 서울이 연합고사를 보는 울산보다 사교육비 지출이 더 많다는 것이 그 근거라고 너무 지나친 단순비교 아닌가.

'영어교육 강화'도 불안하기만 하다. 경기도에서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조성했던 '영어마을'들이 전시효과에 그쳐 애물단지가 된 지 오래인데, 유사시설을 권역별로 만든다는 것은 아무래도 눈먼 투자다. 원어민 보조교사 확대배치도 마찬가지. 그렇기에 아예 투자의 방향을, 영어교사들의 연수기회 확대 등 영어교육 내실화 쪽으로 돌리는 것이 옳다.

그 외에도 검증이 필요한 공약들은 적지 않다.

2년 반짜리 주민직선 교육감. 할 일은 많고 여건은 녹록지 않다. 약속은 벅차고 일손은 달린다. 다만, 새 교육감의 품이 넉넉하니 강호의 밝은 눈들이 지혜를 빌려줄 일이다. 그래야 민선교육감도 살고 교육자치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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