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기인(自欺欺人)
자기기인(自欺欺人)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12.25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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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강 태 재 <충북시민사회연대회의 상임대표>

올해의 사자성어는 자기를 속이고 남을 속인다는 뜻의 '자기기인(自欺欺人)'이 뽑혔다고 한다. 참으로 그러하지 않은가. 올 한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기인'하였으며, 또 그런 사람들에 의해 속아 넘어 갔는가.

아직 특검 결론이 나지 않은 BB

K사건의 진실은 어떤 것이든 간에 BBK를 설립했다며 투자를 권유하는 동영상이 공개됨으로써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말을 믿을 수는 없게 됐으며, 내 회사인지 아닌지는 특검을 하기로 했으니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내 회사가 아니라면 내 회사인 것처럼 꾸며서 투자권유를 한 것이고, 내 회사라면 두말할 것도 없이 온 국민을 기만한 것이 된다. 적어도 관련이 없다는 말을 믿을 수는 없게 된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이제 논문표절은 거의 일반화된 관행처럼 되어버렸고 삼성으로 대표되는 대기업의 도덕적 불감증은 사회의 근간을 송두리째 흔드는 지경이 됐다. 삼성특검을 통해 어디까지 밝혀질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지금까지 검찰이 조사한 것만으로도 김용철 변호사의 증언이 그대로 맞아떨어지고 있다고 하니 특검의 노력에 따라 엄청난 회오리가 일어날 것이 틀림없겠다.

'자기기인'은 '주자어류(朱子語類)'에 "남을 속이는 것은 곧 자신을 속이는 것인데, 이것은 자신을 속이는 것이 심해진 것이다"라고 언급돼 있는 등 여러 고전에서 매사에 진실해야 한다는 윤리를 강조하는 말로 쓰였고, '법원주림(法苑珠林)'등 불경에도 자주 등장하는 사자성어라고 주석까지 달았다. 주자어류는 중국 남송(南宋) 때의 철학자 주희(朱熹)가 여러 문하생들과 좌담한 어록을 제자 황사의가 편집한 책이다. 주자는 황제의 인품이 국가 안녕의 기반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한 중요한 기록을 남겼다. 도덕적인 정부를 강조한 책인 '대학(大學)'에서는 황제가 자신의 마음을 수양하면 뒤이어 전 세계가 도덕적으로 변모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대학'에 따르면 세상을 평화롭게 하기 위해서는 군주가 먼저 나라를 잘 다스려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가정의 질서를 잘 유지해야 하며, 또 이를 위해서는 먼저 심성을 바르게 하고 성실하게 자기 생활을 세워야 한다(修身齊家治國平天下). 이와 같은 덕(德)은 만물을 연구해서 지혜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다. 그래서 '대학'은 덕치(德治)와 천하태평은 군주의 개인적인 덕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으며, 군주의 덕이란 학문이 지혜로 발전할 때 비로소 발현되기 시작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희는 '대학' 서문에서 '대학'은 개인이 발전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각 개인은 어질고(仁), 정의롭고(義), 예절과(禮), 지혜를(智) 길러야 하지만, 모든 사람이 높은 덕을 쌓을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선사시대 전설적인 왕, 복희(伏羲)·신농(神農)·황제(皇帝)·요(堯)·순(舜)의 경우에 그랬듯이 하늘은 덕이 가장 높은 사람이 나라를 다스리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청준은 '춤추는 사제'에서 "자기 기만과 위장 속에서는 앞날의 역사에 대한 정직한 책임과 힘 있는 용기가 기대될 수 없다"고 했다. 자기기인으로 점철된 정해년을 마감하고 무자년 새해, 새 정부에서는 우리 사회가 좀 더 투명하고 깨끗한 세상이기를 소망하며, 메리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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