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 이야기
연어 이야기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12.11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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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김 훈 일 주임신부 <초중성당>

?자연은 참으로 오묘하고 신비한 것이 많다. 해마다 가을이 되면, 어른이 된 연어들이 무리를 지어 멀고먼 고향의 물길을 찾아 돌아온다. 비슷한 종류의 다른 물고기들은 대개 산란을 하고 다시 바다로 돌아가지만, 연어는 수만리 바닷길을 돌아와 태어난 하천을 찾아 가장 깨끗한 얕은 자리까지 사력을 다해 거슬러 오른다. 그리곤 상처투성이의 몸으로 산란을 한 후 알이 부화할 때까지 곁에서 새끼들을 지키다가 그 짧은 생을 마감하는 특이한 물고기다.

이 회귀의 길은 사실 연어들에게 죽음의 길이다.

풍요로운 먹이가 있는 바다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오직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기 위해서 그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거친 물살과 맹수의 습격, 가로막힌 폭포를 거슬러 그들은 자신을 낳아준 고향의 물길을 찾아 돌아온다.

?그래서 고향으로 돌아오는 연어의 모습은 자연의 거룩함을 일깨워 주고, 선량한 사람들의 마음을 애틋하게 한다.우리나라는 동쪽으로 향해 흐르는 산간하천, 멀리 함경도에서 경상도에 이르는 동해안 지방 깨끗한 하천의 상류가 연어들의 고향이다. 태평양을 향한 우리 이웃의 모든 나라의 물길들이 비슷하고, 대서양에선 북유럽을 비롯한 북반구의 스칸디나비아, 남반구에선 오세아니아 나라들에 비슷한 연어의 물길이 있다.

?어린 치어 때, 대양을 향해 떠난 후 35년 정도 자라 성어가 된 뒤 고향으로 돌아오는 연어에게 있어서 참 신비로운 것은 그들이 고향으로 돌아오는 때와 그 물길 말고는, 그들이 자라는 바다에선 잡히질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를 떠난 연어들은 그 성장지역이 러시아의 캄차카나 알래스카의 베링해라는 게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있는데, 아마도 캐나다나 미국의 서부지방 연어도 같은 곳에서 만나 자라나겠지만, 단 한 마리도 고향으로 돌아갈 때, 동쪽과 서쪽이 바뀌어 다른 강을 찾아가는 놈이 없다.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가톨릭 교회에서는 지금 대림시기를 보내고 있다. 대림 시기는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오신 성탄을 기다리며 준비하고, 또한 종말에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시기를 말한다. 교회는 이 시기에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다시 오실 주님과 우리가 돌아가야 할 하느님의 나라에 대해서 성찰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미물도 자신이 죽을 때를 준비하고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기 위해서 사력을 다해 자신의 근본을 향해 나아간다.하물며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처하는 인간이 자신의 근본을 찾고 목적과 의미를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많은 연어들이 자신의 하천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자신의 근본을 찾기는 쉽지 않다.

내 자신과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살펴야 할 때이다. 연말이 되면 내년의 계획도 세워야 하겠지만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며 나는 올바른 길을 살아가고 있는지 성찰하며, 내 삶은 어디를 향해가고 있으며 내 삶을 방향지우는 삶의 나침반은 무엇이며, 나와 함께 걸어가고 있는 가족들과 이웃들은 잘 보살피며 살아가고 있는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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