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타는 여자
달 타는 여자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12.05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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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목련
김 혜 식 <수필가>

사랑하는 동생아! 오늘도 꼭 그날처럼 음력 열엿새 달빛이 마냥 곱구나. 그날 밤 초겨울 차디찬 밤하늘에 두둥실 떠오른 달빛도 오늘처럼 고왔단다. 갑자기 그날 나는 왜 밤하늘을 올려다봤는지 모르겠다. 이는 아마도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 때문이었을 게다. 그때 달빛은 왜 그리도 곱던지, 곱다 못해 달빛이 온누리에 처량하게 부서지고 있었다. 나는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에 땅이 꺼지는 슬픔에 견디다 못해 자지러져 아예 밤하늘에 떠 있는 달 위로 올라가 달을 타버렸단다. 그것이라도 타고 네가 잠든 저세상으로 달려가고 싶었다.

음습하고 차디찬 깊은 땅 속에도 이 고운 달빛이 스며드느냐 네가 누운 그 산속의 집에도 이 달빛이 찾아 가더냐 이 달빛이 네가 누운 그곳에 찾아간다면 달빛을 타고라도 네 곁으로 이 누나는 지금이라도 달려가고 싶구나.

서른 다섯, 그 짧은 생을 살다 가려고 너는 그토록 순연하였더냐 너의 영정이 놓여진 빈소엔 생전에 너를 아끼던 수많은 조문객들이 줄을 이었었고, 그들은 네가 남긴 삶의 흔적을 비탄에 젖은 가슴으로 더듬으며 진심으로 너의 죽음을 애통해 했다.

잘생긴 외모 못지 않게 가슴도 매우 따뜻했던 너 아니더냐. 이 누나 일이라면 누구보다 먼저 달려왔었고, 조카들 생일이며 학교 졸업, 입학까지 세세히 챙기든 너 아니었느냐. 어찌 그뿐이냐. 남의 아픔을 내일처럼 돌보던 너 아니었더냐. 홀로 계신 어머니를 주말마다 찾아뵙던 너 아니었느냐. 참으로 하느님도 무순하구나. 어쩜 이리도 일찍 우리들 곁에서 너를 데려갔는지 모르겠다.

이제 너는 가고 없지만, 네 홈페이지에 수없이 오르고 있는 추모의 글에서 다시 한 번 너의 지난 아름다운 삶의 행적을 되돌아보게 되는구나. 내 동생은 누구보다 반듯하게 삶을 살았으며, 장래가 촉망 받던 훌륭한 젊은이였다고 나는 그것으로나마 서러운 자위를 삼아본다.

이 말은 괜스레 나온 말이 아니란다. 너의 빈소를 찾은 수많은 조문객들의 슬픔이 이를 입증하고도 남음이 있으며, 빈소에 겹겹이 늘어선 조화가 이를 말해 주었다. 무엇보다 관광버스를 동원해 조문 온 수많은 너의 직장동료, 대학 동문, 그리고 고교동창 등, 그들의 말에서 평소 너의 인생행로를 읽을 수 있었다.

너는 그들에게 가장 존경하는 선배님이었고, 아끼던 동료였고 , 믿음직한 친구였다. 이런 점에 누나는 너를 잃은 슬픔도 잠시 가슴에서 내려놓을 수 있었단다. 솔직히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 나는 네가 참으로 자랑스러웠다. 너는 비록 가고 없지만, 그들은 언제까지고 너를 기억할 것이다.

서른 다섯해 그 짧은 생, 어떻게 세상을 살았으면 이토록 마지막 가는 길에 너는 많은 사람들의 추앙을 받고 흠모를 받을 수 있단 말이냐 그런 너에 비해 아직도 여러모로 성숙지 못한 누나이기에 네 영정 앞에서 나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이제 너는 가고 이 세상에 없다. 그 끔찍한 교통사고가 너의 아까운 청춘, 소중한 가정, 귀한 아들, 사랑하는 동생, 훌륭한 인재를 우리들로부터 앗아갔다. 문명의 산물인 자동차가 귀한 생명을 잃게 했으니 이 통한을 무엇으로다 표현하리오.

너를 잃었을 때 그날 같이 오늘도 슬픔처럼 달빛이 내 가슴에 흐르고 있구나. 교교히 흐르는 이 달빛에 너에 대한 모든 이의 그리움을 한껏 실어 네게로 보내마. 누나는 애끓는 심정으로 이 글을 써 네 영정 앞에 바친다. 부디 영면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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