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판 '울컥증' 한국도 확산되나
일본판 '울컥증' 한국도 확산되나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11.27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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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를 찾아보면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아이처럼 자신의 분노나 충동을 쉽게 자제하지 못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어느 시대에나 이런 어른들은 있었지만 유독 요즘에는 겉은 어른임에도 어른이 가져야 하는 감정조절 등을 잘 하지 못하는 이른바 ‘어른 같지 않은 어른’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문제는 이것이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이웃나라 일본에서조차 공공장소에서 불만이나 분노를 그대로 표출하고 이로 인해 범죄까지 저지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 정도가 얼마나 심각했으면 갑자기 화를 낸다는 의미의 ‘기레루’라는 신조어가 최근 일본 사전에 등재됐을 정도다.

참는 것이 곧 미덕이라고 교육 받아온 우리나라. 아직은 일본만큼 심각하지는 않지만 분노를 너무나 쉽게 표출해버리는 사람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현상은 이미 확산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 약해지는 내부 조절력, 느슨해지는 사회가 원인

감정 그 중에서도 분노 조절이 힘든 사람들을 얘기할 때는 빈부 격차와 같은 사회 분위기부터 언급이 된다.

물론 빈부격차가 상대적 박탈감을 부르거나 그 사람을 소외시켜 화를 쌓이게 하고 이 화가 사소한 문제로 큰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빈부격차가 일부의 원인일 뿐 원인의 전부라고 보기는 힘들다.

심리학자 로터의 통제위치(Locus of control)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감정은 인간의 내부와 외부에 의해 조절된다. 내부라 함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인 반면 외부는 사회나 부모의 규율처럼 외부에서 제재되는 사항을 뜻한다.

결국 인간은 내부와 외부의 제재가 적절하게 이뤄지고 어릴 적부터 여기에 익숙해지면서 오랜 시간을 통해 학습하며 통제가 가능하게 된다. 하지만 어느 한쪽의 통제가 약해지면 그 사람의 통제력 또한 약해질 수 있다.

예컨대 사회적 규범이 강하게 작용했던 일본의 경우 외부 통제가 강해 개인이 스스로를 통제할 수 밖에 없었지만 사회적 규범이 약해지면서 개인의 통제도 약해진 것이라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외부 규제가 강할수록 스스로를 통제하는 내부 컨트롤이 약해지게 되는데 약해진 외부 통제를 대체하기 위한 내부 통제가 다시 발달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게 된다. 따라서 이 사이에 간격이 생겨 분노를 스스로 다스리지 못하는 성인이 늘어나게 될 수 있다.

건국대병원 신경정신과 하지현 교수는 “사회가 느슨해지는 일본에서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성인이 늘어나는 것처럼 우리나라 또한 사회의 규율 등이 느슨해지며 분노 조절이 힘든 성인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한다.

여기에 분노조절이 약해지면서 사회적으로 폭력 수위가 높아지면 어느 정도의 폭력은 대수롭지 생각하지 않게 되고 이로 인해 분노 표출 등이 매우 강한 전염성을 가지고 번져나갈 수 있어 사회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 지나친 과잉보호나 무관심은 역효과

사회의 통제가 변하는 것과 함께 분노 조절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어릴 때부터의 습관. 지나친 과잉보호나 무관심은 아이에게 독이 될 수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신영철 홍보이사(강북삼성병원)는 “너무나 완벽하게 과잉보호를 받은 아이는 성인이 돼서 조금의 부족함만 느껴져도 잘 버티지 못하고 통제가 어렵게 된다”며 “지나치게 무관심하게 자란 경우도 오히려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싶어하는 심리로 통제가 어렵게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뿐만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 남도 함부로 할 수 있고 더욱 공격적이 될 수 있으며 TV나 인터넷의 확산으로 인해 자기 조절력이 약화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신 이사는 “부모의 적절한 교육과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려, 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와 함께 분노를 긍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분당차병원 정신과 서신영 교수는 “운동을 통해 정서적 분노를 해결하고 또래 집단 활동으로 대인 감정을 교류하는 것이 분노 조절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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