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와 양, 혹은 양과 사자
사자와 양, 혹은 양과 사자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11.23 23: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 청 논 단
정 규 호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양(羊)은 사라지고 사자는 잃어버렸다'

최근 개봉한 영화 로스트 라이언즈는 원제목이 'Lions for the lambs'이다.

영화 '스팅'에서 폴 뉴먼과의 완벽에 가까운 호흡이 지금도 생생한 명배우 로버트 레드포드가 감독과 출연을 하고 그 이름도 빛나는 톰 크루즈와 메릴 스트립이 열연한 이 영화는 출연 배우의 면면만으로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영화에서의 마케팅 비용은 한국영화의 경우 제작비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막대하다.

영화진흥위원회와 영상산업정책연구소가 최근 조사한 올해 한국영화의 평균 총제작비 64억7500만원을 근거로 할 경우 영화 한 편당 22억원에 가까운 비용이 시장공략을 위한 각종 수단에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그 수단 가운데 가장 중요한 하나가 개봉시기를 조절하는 일인데, 영화 로스트 라이언즈는 한국과 미국의 대선 정국을 겨냥했음이 분명하다.

'양이 이끄는 사자' 혹은 '사자 치는 양'쯤 되는 원래 제목이 한국에 와서는 어쩌다가 '잃어버린 사자들'이 됐는지 모르겠지만, 이 영화는 분명 정치영화다.

1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 장교가 영국을 향해 "영국은 양이 사자를 이끌고 있다. 어리석은 양 때문에 용감한 사자들이 희생을 당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는 고백을 통해 메시지를 직접화한다.

이 영화 로스트 라이언즈는 테러와의 전쟁과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이라크 전쟁에 고민하고 있는 미국의 현실과 고민을 적나라하게 다룬다.

그리고 대권고지를 향한 집념을 엿보이게 하는 젊고 야심찬 정치인을 등장시키며 시대상황을 자극한다.

거기다 언론과 대학교수 신분을 통한 지성까지 거들면서 그럴듯하게 포장하며 당위성과 합리성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는다.

91분의 러닝타임 동안 다루고 있는 현실적 시간은 1시간 남짓.

그 사이 영화는 세 군데의 공간적 배경을 넘나들며 현실적 시각을 직접 겨냥한다.

긴박할 수밖에 없는 전쟁터를 시작으로 관객에게 박진감을 예고하면서 전쟁이 갖는 제반 모순을 그려낼 것 같지만, 정작 이들 군인들은 주변인에 불과하다.

루스벨트가 한 말 "정의와 평화 가운데 선택하라면 나는 정의를 택하겠다"를 의원집무실에 버젓이 액자로 걸어두고 웨스트포인트의 제복과 경력을 자랑하는 전도양양한 상원의원 어빙(톰 크루즈).

베테랑 기자 재닌(메릴 스트립)과 대학교수 스티븐 맬리(로버트 레드포드)가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중심축이다.

그리고 그 방식은 특별 단독 인터뷰와 교수와 학생의 상담 형식을 띠면서 진지함을 추구한다.

'참여하라'와 '지금은 생각을 할 때가 아닙니다. 행동을 해야 할 때이지요'라는 강요는 진실과 현실 사이에서의 기자적 양심과 충돌한다.

참여는 낙오를 만들고, 그 낙오는 다시 어쩔 수 없는 죽음으로 이어지는 젊은 병사는 어이없게도 미국의 주류가 아닌 히스패닉계 인종이다.

소위 애국과 미국적 자존심은 젊고 야심찬 백인 상원의원과 역시 젊고 신분상승을 욕망하는 병사들의 괴리가 겹쳐지면서 양인지 사자인지 분간이 쉽지 않은 혼란을 주고 있다.

누구는 말로써 행동하고, 또 누구는 행동함으로써 말하는 극단의 대립이 관객에게 전해지는 소회는 여전히 궁금하다.

대선정국과 시기를 맞춘, 그리하여 작가 매튜 마이클 카나한이 자조한 "누가 이런 걸 영화화 하겠어"의 독백이 새삼스러운 것은 지금 이 순간 한국 대선에서의 생각과 행동에 따른 주권 선택이 더욱 신중해야할 이유이기도 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