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 사격장이 '메카'가 되려면
청원 사격장이 '메카'가 되려면
  • 한인섭 기자
  • 승인 2007.11.20 2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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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한 인 섭<사회문화체육부장>

사격연맹을 비롯한 충북 체육인들은 요즘 만나는 자리마다 '청원 사격장'을 화젯거리로 삼는다고 한다.

문화재청이 조선 왕릉 복원계획과 함께 태능 사격장 폐쇄, 철거 방침을 확정하자 기존 기능을 '청원'이 대신해야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라고 한다. 사격인들 뿐만 아니라 분야나 종목이 다른 체육인들 역시 기대감은 다를 리 없을 것 같다.

태능 사격장은 이미 지난 10월1일 10m 공기총사대를 제외한 25m, 50m 화약총 시설과 클레이 사격장이 폐쇄됐다. 내년 1월1일부터는 시설도 철거된다.

대한사격연맹은 기존 시설을 운영하는 방안을 아직 모색중이지만 여의치 않아 '태능'대체시설을 찾아야할 형편인 모양이다. 당장 서울시내 학생 선수들의 훈련시설을 구해야하기 때문에 사정이 다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다 '태능' 클레이 시설에 몰렸던 서울지역과 경기도, 강원도 동호인들 역시 다른 곳으로 발길을 옮겨야할 상황이다.

충북 사격인들이 이런 점에 일찌감치 눈을 떠 목소리를 낸 것은 체육계나 지역 전체를 위해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태능 국제종합사격장 철거를 기회로 청원사격장을 국제규모 시설로 키우고, 선수 육성, 경제 활성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접근 방식은 체육계에 대한 일반인들의 시각을 바꿔 놓기 충분할 것 같다. 선수 육성, 경기 성적 등 경기장 안팎에서 비춰졌던 체육인 그 자체로 풍기는 이미지와는 좀 다르고, 신선한 모습이라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충북 체육인들의 시선이 집중된 청원사격장은 경기, 전북, 전남, 경남종합사격장과 함께 전국대회 경기를 치를 수 있는 '빅 5'에 속한다. 게다가 '청원'은 지리적 이점 때문에 전국 어디에서나 2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고, 장애인 선수들을 위한 시설까지 갖췄다는 점도 '비교우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청원군과 주성대학 등 충북 사격은 최근 수년간 전국체전을 비롯한 각종 전국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실업팀 보강 등 일정한 여건만 더해지면 선수층도 두터워질 것으로 보여 사격인들의 주장은 당연하게 들린다.

'청원'이 '한국 사격의 메카'로 성장하기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 전에 풀어야할 과제는 있다.

대부분 비슷한 실정이긴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사격이라는 종목은 다른 종목과 또 달라 아직 '한치 건너 두치'로 인식된다고 봐야할 것 같다.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있게 대중화가 필요하다는 소리다. 이미 사격인들이나 체육인들도 문제를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청원에 사격장이 있다곤 하지만, 여느 종목처럼 일반인들이 관중으로 참여해 응원할 수 있는 종목도 아니어서 찾을 일이 없다. 클레이 사격장 역시 일반인 이용은 고사하고,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이가 몇이나 될지 아직 의문이기 때문이다.

충북도와 청원군이 이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가 '열쇠'인데 아직은 체육인들의 기대에 못미치는 것 같다.

이들의 안목과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자체 살림살이가 늘 예산과 직결되다보니 이번에 청원군이 충북도에 신청한 사격장 시설보수비 3억원이 1억원으로 감액됐다. 신규 사업 억제라는 충북도 방침 탓에 청원군은 '그림'을 수정해야 할지,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할지 고민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태능'의 기능을 청원사격장이 대신해야 한다는 주장은 새로운 기업을 유치하는 것과 다를 게 전혀 없다. 단지 체육시설을 보강한다는 시각에 머물지는 않았을 텐데 아쉽기만 하다. 청원군 역시 실업팀 보강에 목말라하는 체육계 목소리에 넉넉한 태도로 귀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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