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원로들의 지혜를 사장시키지 말자
지역 원로들의 지혜를 사장시키지 말자
  • 이수홍 기자
  • 승인 2007.11.14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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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 수 홍 <부장(서산·태안)>

우리나라 법무부가 지난 80년대 들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선 적이 있다.

그러면서 도입한 제도적 장치중 하나가 범죄없는 마을을 지정하는 일이었다.

범죄없는 마을로 지정되면 정부가 나서 마을별로 많게는 1억원 가량의 마을 발전기금을 주었다.

이 제도는 90년대 후반까지 이어졌다.

그 돈은 대부분 마을의 안길 등 도로를 포장하거나 수로를 정비하는데 썼다.

그래서 범죄없는 마을로 지정된 마을들은 저마다 동네를 깨끗하게 정비하곤 했다.

그 수혜 지역중 대표적인 곳이 바로 서산시 해미면 귀밀리다.

이 마을은 17년 연속 전국 최고의 범죄없는 마을로 선정돼 지금도 마을 어귀에는 17개의 표식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

바로 옆동네인 웅소성리도 귀밀리만큼은 아니지만 7년 연속 범죄없는 마을로 지정돼 왔다.

그 시절 이 마을들의 공통점은 마을 원로회가 운영됐었다는 점이다

마을 원로회는 주민들간 크고 작은 갈등을 풀어나가고 반목하는 일이 없도록 마을 일을 살피는 역할을 했다.

더 나아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는 삼강오륜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훈육하는데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이 마을들은 전국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는 범죄없는 마을, 그 영예를 지금도 지켜 나가고 있는 것이다.

기자는 최근 지역 원로급 변호사와 저녁을 함께한 적이 있다.

그는 자신이 검사로 몸담던 시절인 80년대와 90년대 목포와 부산에서의 검사시절 얘기를 꺼냈다.

당시 그 지역은 기관장들의 모임도 있었지만, 지역 원로들이 자연스럽게 정례적으로 만나 지역의 현안이나 갈등을 풀어내는 역할을 해냈던 게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사회적 갈등을 풀어내는 좋은 본보기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목포에서의 검사시절, 당시 사회적 병리인 님비현상이 만연하며 야기된 각종 고소 고발사건에 대해 지역원로들을 나서게 해 슬기롭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했던 사례담도 들려줬다.

이처럼 지역 현안과 사회적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맡아 지역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지역 원로들의 지혜를 모으는 방안이 최근 들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가칭, 원로회의 협의체가 운영될 수 있는 행정적 지원책도 방안 중 하나일 수 있다.

일선 지역은 크고 작은 현안들이 쌓여 반목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로 인한 소모적 논쟁은 사회적 갈등으로 번져 지역발전을 저해하기 일쑤다.

서산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사안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단 갈등이 나타날 경우 이해관계에 따라 중지를 모으기가 쉽지 않고 결국 사안에 대한 해결 지연은 지역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사회적 손실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이런 일에 대해 시·군 당국 또한 행정력의 한계를 드러내는 일도 잦다.

지역 원로들의 지혜 등 역할론이 대두되고 있는 이유다.

서산지역의 경우 최근 기업유치와 관련, 이해 당사자 주민들과 기업체, 행정당국간 이해가 상충되면서 행정력마저 실종되는 경우가 있었다는데 많은 주민들은 공감하고 있다.

따라서 객관적 입장에서 지역발전을 담보하는 원로들의 지혜를 구할 수 있는 방안, 일선 행정당국이 적극 나서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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