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콥터 부모들로 도교육청 '북적'
헬리콥터 부모들로 도교육청 '북적'
  • 김금란 기자
  • 승인 2007.11.09 22: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등임용교사 원서접수장, 수험생들 부모 동반
대학을 졸업한 후 교사 임용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이 원서접수를 하면서 부모와 함께 오는 일이 많아 일명 '헬리콥터 부모'들로 접수장소가 붐비는 일이 나타나고 있다.

충북도교육청이 2008학년도 중등임용교사 시험 원서접수를 시작한 지난 5일부터 도교육청 주차장이 때아닌 몸살을 앓고 있다.

평소보다 2∼3배 증가한 차량으로 도교육청 주차장은 2중 주차는 물론 정문 앞까지 차량이 주차돼 있어 민원실을 방문한 방문객의 차량은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헤매기 일쑤다.

교육청 주차장이 급증한 차량으로 몸살을 앓는 이유는 자녀와 함께 원서 접수를 하러 온 부모들 때문이다. 이들 부모들은 자녀를 위해 운전대를 잡는 것은 기본이고, 원서를 작성하는 자녀 옆에 서서 가방을 들어 주거나 여러 장의 원서를 순서대로 챙기고, 증명사진을 붙이는 등 일거수 일투족을 도와주는 일명 '비서실장' 역할을 담당한다.

50대 후반의 한 중년남성은 "직장생활을 하는 딸대신 원서를 접수하러 왔다"며 "바쁜 자녀를 대신해 도와줄 수 있는 게 부모의 역할 아니냐"고 말했다.

딸과 함께 접수장을 찾은 한 주부는 "작은 실수라도 하지 않을까 걱정이 돼 함께 왔다"며 "엄마가 옆에 있으면 안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청은 주차장의 혼잡을 막기 위해 원서마감 날인 9일까지 직원 1명이 입구에서 외부 차량의 주차를 유도하고 있다.

도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교사가 되려는 수험생들이 원서 접수하는 데까지 부모와 함께 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교사가 됐을때 학생들에게 어떤 교육을 시킬 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모교육지원센터 오왕섭 소장(충청대학 겸임교수)은 "과거에는 자녀가 여럿이고 생업에 종사하다 보면 자녀를 돌볼 시간이 부족했지만, 요즘에는 풍족해진 시간과 돈을 1∼2명의 자녀에게 쏟아붓다보니 '헬리콥터 부모'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며 "부모와 자식 간의 지나친 상호 의존적 심리현상은 자녀들에게 경제·정신적 독립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헬리콥터 부모란

자기 자녀를 위해 학부모가 헬리콥터처럼 학교 주변을 맴돌며 사사건건 학교측에 간섭하는 것을 말한다. '헬리콥터 부모'는 아이의 숙제와 점심 메뉴까지 학교측에 수시로 전화하는 것은 물론 대학 입학전형 자료인 논문까지 전문가를 동원해 작성해 주기도 한다. 1990년대부터 미국 미디어에서 자주 사용된 용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