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강세와 외환보유액
원화강세와 외환보유액
  • 문종극 기자
  • 승인 2007.11.06 0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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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문 종 극 <편집부국장>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했던가.

지난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외환위기로 인해 한때 경제주권을 상실했던 정부가 다다익선 개념으로 외환보유액 늘리기에 일로매진하고 있다.

당시에 대외지급에 문제가 없는 수준의 외환보유액을 600억∼800억달러 정도라며 외환쌓기에 나섰던 정부가 4배에 이르는 보유액을 기록한 지금도 너무 많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다.

또 다시 악몽의 외환위기를 맞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에는 동감하지만 아무래도 '솥뚜껑 보고 놀라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요즘 환율을 보면 그런 생각이 더 깊어진다.

5일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0.9원 오른 908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그러나 여전히 원화강세다.

최근의 이 같은 원화강세(환율하락)로 수출기업, 특히 수출중소기업들이 "죽을 맛"이라며, 아우성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수출중소기업 191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무역애로 조사 결과 수출중소기업의 85.3%가 채산성이 악화됐으며, 16.6%는 적자수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수출중소기업들의 53.4%가 '환율변동 확대'를 최대 애로사항으로 꼽았으며, 다음으로 '원자재 가격변동(21.5%)', '가격경쟁력 약화에 따른 수출경쟁 심화(12.0%)' 등을 들었다.

이와함께 지난해부터 계속된 원화강세에 따라 수출채산성이 '악화' 됐다는 업체가 85.3%, 수출채산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16.6%는 적자 수출을 하고 있고, 3.7%는 기존 수출 거래선를 포기했는가 하면 76.7%는 이익이 감소했지만 계속 수출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수출기업들은 채산성 유지를 위한 적정 환율 수준으로 원달러는 962.5원1달러, 원엔은 857.6원100엔, 원위안화는 137.03원1위안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재의 환율은 이를 충족시키기에 역부족이다.

이 때문에 수출중소기업의 채산성은 급속하게 악화되고 있고 경영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 중소수출업체들의 볼멘소리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지난달말 기준 2600억달러를 돌파했다.

지금과 같은 원화강세로 국내 기업들이 수출에 큰 어려움을 겪을 때 환율 방어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실탄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적극 대응을 못하고 있다. 물론 찔금찔금은 했다.

적극 대응에 나서지 못하는 것에 대해 이해를 못하는 바는 아니다.

자칫 원화강세, 즉 미달러 약세에 대한 대응으로 외환보유액의 달러비중을 줄인다면 미달러 약세가 가속화 될 수도 있다는 점, 유가가 90달러를 넘어서 100달러를 바라보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걱정되는 점, 시중의 달러화를 사들이면 원화가 풀리면서 유동성이 늘어나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점, 원자재를 중심으로 한 수입물가 급등 충격을 고스란히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을 이해하면서도 왠지 뒤끝이 개운하지가 않다.

왜냐면 이대로 방치하면 중소기업들의 채산성 악화가 점점 심각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중소기업전용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확대, 선물환거래 보증금 지원, 수출보증한도 확대 등 수출금융지원 강화 등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수출중소기업들을 보듬어야 한다.

현 시점에서 정부가 필요 이상의 외환보유액을 가지고도 안정적인 환율운용에 어려움이 있다면 차선책으로 금융지원을 보다 강화해야 할때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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