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회사 대표 징역 1년6월…故방영환 유족 "형 가벼워"
택시회사 대표 징역 1년6월…故방영환 유족 "형 가벼워"
  • 뉴시스 기자
  • 승인 2024.03.2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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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 택시기사 폭행·협박 등 혐의 1심 선고
法 "사안 무겁고 죄질 나빠 엄한 처벌 불가피"

다만 "사망 대한 책임 전적으로 지울 수 없어"

딸 희원씨 "아빠 몇년 고생했는데" 항소 의지

앞서 검찰은 "죄질 불량"으로 징역 5년 구형



임금 체불에 항의하고 완전월급제 도입을 주장하다 분신해 숨진 택시기사 고(故) 방영환씨를 폭행 및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운수회사 대표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유가족은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0단독 손승우 판사는 이날 오후 2시께 근로기준법 위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모욕, 상해, 특수협박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해성운수 대표 정모(52)씨에 대해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보석 신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손 판사는 "피고인에 대한 모든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된다"며 "특히 방씨가 사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근로자에 대해 상해 범행을 반복하는 등 근로관계 관련 범행으로 13회, 폭력 관련 범행으로 5회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의 처벌 전력에서 알 수 있듯 사용자 의무를 저버리는 것과 동시에 폭력 성향이 합쳐져 나타난 것으로,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가 반복된 피고인의 범행과 분쟁 과정에서 발생한 점 등을 볼 때 범행 경위와 방법 등에 비춰 사안이 가볍지 않고 죄질이 나쁘다"며 "현재까지도 범죄사실을 대부분 부인하고,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고인이 생전 제기한 민사 소송 등이 인용되지 않은 사정을 고려할 때 사망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피고인에게 지우는 것은 적당하지 않아 보이고, 일부 피해자와 합의해 그들이 처벌을 불원하는 점 등 모든 양형 요소를 정합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씨는 지난달 29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열심히 사회를 위해서 살겠다"고 울먹인 바 있다. 같은 날 검찰은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죄질 또한 상당히 불량하다"며 정씨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이날 고인의 동료 택시기사들과 딸 희원(32)씨 등이 법원 방청석을 가득 메웠다. 이들은 정씨에 대한 선고가 내려질 때까지 숨죽이며 기다리다 그에게 실형이 선고되자 "똑바로 살아" 등을 외치기도 했다.



이후 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 이들은 1심 판결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하겠단 의사를 밝혔다.



직접 마이크를 잡은 희원씨는 코가 빨개질 정도로 눈물을 흘리며 "저희 아버지가 몇 년 동안 고생하신 뒤 결국 죽음으로까지 내몰렸는데 징역 1년6개월은 너무 가벼운 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힘든 것은 (정씨가) 저희 아버지에게 사과 한마디 하지 않는다는 거다. 조금 더 중대한 형이 내려져 아버지 앞에 반성·사과하는 날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황규수 공공운수노조 변호사도 "이 사건의 본질은 노동조합·사회적 약자 혐오 범죄"라며 "이런 중대한 범죄에 대해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한 것은 다행이지만 범행 동기, 피고인의 태도, 결과의 중대성까지 고려하면 지나치게 가벼운 판결이다. 검찰 구형대로 선고해도 부족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토록 많은 노동관계 범죄 저지르고 끝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피고인에 대해 이 정도밖에 처벌 못 하는 일이 더는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유족 그리고 대책위와 상의해서 검찰에 항소 촉구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해 3월24일 해성운수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방씨의 턱을 손으로 밀치고, 4월10일에는 고인 및 함께 집회 중이던 노동당 당원 등에게 폭언과 욕설을 한 혐의를 받는다. 뿐만 아니라 8월24일에는 1인 시위 중인 방씨에게 화분 등을 던지려고 위협하는 등 집회를 방해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지난해 추석 연휴 이틀 전인 9월26일 오전 8시30분께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해성운수 분회장인 방씨가 스스로 몸에 불을 붙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신 60% 이상에 3도 화상을 입고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겨진 고인은 분신 열흘 만인 지난해 10월6일 오전 6시18분께 사망했다.



방씨의 장례는 사망 144일 만인 지난 27일 노동시민사회장으로 엄수됐으며 고인은 전태일 열사 등이 묻힌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 민족민주열사묘역에 안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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