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서민 대출 상품
고금리 서민 대출 상품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4.03.25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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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영세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서민 가계에 또다시 강력한 적색 금융 경보가 울리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개혁신당)이 최근 금융감독원과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개인신용평점 하위 20% 최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정책금융상품인 햇살론15의 지난해 대위변제율은 21.3%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15.5%) 대비 5.8%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20%대를 돌파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대위변제란 돈을 빌린 사람이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했을 때 타인이 대신 갚아주고 채권을 확보해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한 제도로 대위변제율이 20%가 넘었다는 것은 돈을 갚지 못해 서민금융진흥원이 대신 갚아 준 채무 건수가 5분의 1을 넘었다는 뜻이다.

햇살론15는 저신용자에게 최대 2000만원 한도로 연 15.9% 이내 금리로 최대 5년간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이 상품을 대출받은 저신용자의 20%가 돈을 못 갚고 `파산' 상태에 이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만 34세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한 햇살론 유스의 지난해 대위변제율도 9.4%로 전년(4.8%)보다 2배 가깝게 증가했다.

저신용 근로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근로햇살론의 지난해 대위변제율도 12.1%로 전년의 10.4%에 비해 1.7%포인트 증가했다. 또 저소득·저신용자 중 상환능력이 상대적으로 양호해 제1금융권으로 넘어갈 수 있는 이들을 지원하는 햇살론뱅크 대위변제율은 지난해 8.4%로 전년 1.1%에 비해 급증했다.

취약계층에 연 15.9% 금리로 최대 100만원을 당일 빌려주는 소액생계비 대출도 지난해 연체율이 11.7%로 집계됐다. 소액생계비 대출은 저신용자의 불법 사금융행을 막고자 지난해 3월 도입됐지만 매달 몇 천원 수준의 이자도 갚지 않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신용평점 하위 10% 최저신용자특례보증의 경우에도 지난해 대위변제율이 14.5%에 달했다.

양정숙 의원이 정책 금융 당국을 대부업자에 비유하며 뼈있는 말을 던졌다. 그는 “서민을 위한 정책 금융 상품의 평균 금리가 연리 17%에 달한다는 것은 정부가 스스로 (고금리) 대부업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정부의 서민 금융 금리 설계 시스템을 전면 쇄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 당국의 서민 금융 정책은 사실 오래전부터 많은 지적을 받아왔다. 서민 금융 지원책이라면서 대출 금리가 20%에 육박하는 사잇돌 대출과 15%에 달하는 햇살론 등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에서도 고금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물론 저신용자 대출 상품의 리스크를 고려한 불가피한 고금리 설계라는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겠지만 그래도 연리 20%의 상품은 양 의원의 지적대로 고리대금업이란 지적을 피하긴 어렵다. 네이버 지식인에 들어가면 서민 대출상품인 햇살론이나 사잇돌 대출에 대한 문의가 요즘도 줄을 잇고 있다. 그런데 공통적으로 하는 말들이 있다. 정부 지원 서민 대출 상품인데 왜 금리가 이렇게 높으냐는 지적들이다.

정부는 지난해 고금리 기조에 편승해 수십조원의 천문학적 이자 수익을 챙긴 은행들을 압박해 1, 2금융권에서 연리 4% 이상의 대출을 받은 소상공인들에게 최고 1.5%포인트의 이자를 캐시백해주고 있다. 그런 열의를 보이고 있는 금융 정책 당국이 왜 연리 20%대를 육박하는 서민 금융 대출 상품은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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