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누이 힘겨루기(오뉘힘내기) 축성설화에 대한 역사적 의미
오누이 힘겨루기(오뉘힘내기) 축성설화에 대한 역사적 의미
  • 양병모 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 조사1팀 선임연구원
  • 승인 2024.03.2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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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의 문화유산 이야기
양병모 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 조사1팀 선임연구원
양병모 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 조사1팀 선임연구원

 

충북지역에는 산성, 토성, 보루와 같은 관방유적(關防遺蹟)이 231개소나 있다. 성(城)은 세계 어느 곳이든 당시 국가의 힘을 보여주는 지표이고 국가의 많은 재정과 인력 그리고 축성재료(돌과 흙)가 투입된 역사의 산물이다.

충북의 관방유적 관련 설화 중에서 특히 재미이 있는 것은 `오누이 힘겨루기'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보은 삼년산성, 청주 정북동 토성, 충주 장미산성, 충주 남산성 등에서 전해지는 이 이야기 속에는 아들과 딸의 경쟁, 그리고 어머니의 치우친 사랑 등 꽤나 극적인 요소를 찾아볼수 있다. 보은 삼년산성 축성설화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홀어미가 힘이쌘 아들과 딸을 데리고 살았다. 두 남매가 어른이 되어 한집에서 같이 살 수가 없어서 힘이 장사인 누이가 오라비와 실력 겨루기로 내기를 한다. 누이는 성을 쌓고 오라비는 서울을 다녀오는 내기이다. 누이가 이길 것 같자 어머니가 팥죽을 쑤어 누이를 먹였고 이로 인해 딸의 성 쌓는 일은 늦게 되었다. 누이가 팥죽을 먹는 사이 오라비가 서울 갔다가 집으로 왔다. 그리고 누이는 자살 하였다.”

다음으로 으로 청주 구라산성의 축성설화를 살펴보자.

“홀 어머니가 아들 하나와 딸 아홉을 키우고 있었는데 남매가 힘이 쎈 장사였다고 한다. 남매끼리 항상 불화가 잦아 마침내 생사를 건 내기를 하게 되었다. 아들은 나막신을 싣고 서울을 다녀오는 것이고 딸 아홉은 산꼭대기에 성을 쌓는 일이다. 내기를 시작한 지 5일이 되던 날 어머니가 상황을 보니 성은 거의 마무리가 다 되어가는데 서울 간 아들은 돌아올 줄 몰랐다. 이에 내기에 지게 되면 아들이 죽게 된 것을 생각한 어머니는 가마솥에 팥죽을 끓여 딸들을 불러모아 팥죽을 먹이며 천천히 해도 된다 라고 했다. 뜨거운 팥죽을 식혀 먹고 있는 동안 아들은 부르튼 다리를 이끌고 피를 흘리며 돌아왔다. 내기에 진 아홉 딸은 성위로 올라가 몸을 던져 죽고, 그 모습을 본 아들은 부질없는 불화로 아홉 누이를 잃게 되자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어머니도 남편의 무덤 앞에 아홉딸의 무덤을 만들어 놓고 여생을 보내다가 숨을 거두었다.”

설화의 내용을 지금의 관점에서 살펴본다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참 난감한 내용들이다. 그렇다면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는 이 설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 설화가 담고있는 역사적 의미는 무엇일까?

첫째, 그 증거로 현재 남아있는 미완성으로 보이는 성이 세월의 흐림속 에서 무너진 것 같지만 “어디 한군데 덜 쌓았다”라는 것으로 축성의 미완료를 의미한다. 둘째, 어머니의 방해로 성을 축성하지 못한 것은 전쟁의 패배를 의미하며, 전쟁의 대비가 미비했다는 의미로 본다. 셋째, 구라산성의 경우 남녀의 수가 1;9로 압도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불평등한 힘겨루로 표현된 것은 그 만큼 구라산성의 축성이 다른 성에 비해 많은 인력이 동원된 무척 힘든 공사였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이 된다. 넷째, 오누이 힘내기는 두 나라 간의 전쟁을 의미한다. 전쟁에서 패한 쪽(딸)이 죽음을 의미하고 나라의 멸망을 말한다.

이처럼 오누이 힘겨루기 축성설화는 단순히 남아선호사상이 어린 이야기로만 받아드릴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이면에는 훨씬 더 다양한 역사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인간은 이야기 속에서 태어나고 이야기를 통해서 성장하며 이야기를 통해 무엇인가 되어 간다.”라고 어느 책에서 읽었던 글이 생각이 난다. 설화는 당시의 시대 풍경을 후대에 전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다. 당시의 계층, 신분, 성별, 국가 간의 갈등과 같은 다양한 시대의식들이 모두 설화 속에 녹아있는 것이기에, 설화를 읽고 해석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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