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플라자는 대승적 판단하라
그랜드플라자는 대승적 판단하라
  • 하성진 기자
  • 승인 2024.03.2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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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하성진 부장(취재팀)
하성진 부장(취재팀)

 

전국에서 `도박 청정 지역'으로 꼽히는 청주에 때아닌 `외국인 전용 카지노' 입점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발단은 강원 평창에서 카지노 영업을 해온 업체가 그랜드플라자청주호텔과 임대차 계약을 맺고 이전을 추진하면서다.

사실 논란이라고 할 것까지 없는 게 입점을 찬성하는 목소리는 전혀 없고, 오롯이 반대 여론만 몰아치고 있다. 반발이 적확한 표현일듯하다.

해당 카지노는 기존 강원도 평창에서 `바카라'와 `블랙잭'과 같은 각종 카드게임과 룰렛, 슬롯머신 영업을 해 온 업체로 전해졌다. 카지노 측은 현재 그랜드플라자청주호텔과 임대차 계약을 완료한 상태다.

입점 예정 장소는 호텔 2층으로 약 2314㎡~2644㎡(약 700~800평) 규모다.

입점이 완료되면 `여행사와 손잡고 전세기를 띄워 홍콩 등에서 손님을 모셔오겠다'는 영업전략도 마련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역민의 목소리는 결사반대다.

이전을 위해선 건축물 용도 변경 신청 등 행정절차를 밟아야 한다. 청주시가 불허하면 끝날 수 있는 문제지만, 속사정은 약간 불편하다.

사업자 측이 정식으로 행정절차를 밟을 경우 이전 과정에 별다른 결격 사유가 없으면 시로서는 불허할 명분이 없다는 분석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카지노 입점에 대한 화살이 온통 청주시로 향할 수 있는 터라 시는 대비 차원에서 법리 검토에 들어갔다는 전언이다.

무엇보다 카지노가 들어설 호텔 근처에 학교가 자그마치 7개가 있다.

율량초등학교와 신흥고등학교는 교육환경보호구역(학교정화구역) 상대보호구역 200m 이내에 있다.

애초 학교정화구역에 포함되면서 카지노 이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관광진흥법을 따르는 카지노는 교육환경보호구역 심의 대상 업종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게 맹점이다.

지역사회 반대여론이 심화하는 가운데 카지노 사업자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업자의 입점 추진과 상관없이 그랜드플라자청주호텔이 지역사정과 교육환경 등을 고려해 임대차계약을 취소하면 쉽게 해결될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주민의 반대 목소리가 연일 이어지는 속에서 호텔 측은 미동조차 없다. 까닭에 되레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호텔이 이윤 추구에만 몰두한 채 지역을 무시하고 있다는 얘기다.

청주시 청원구 직능단체 등으로 구성된 `카지노 입점 반대 범시민비상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어 “주민을 무시하고 카지노를 입점시키려는 그랜드플라자호텔은 이를 당장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돈벌이에만 눈이 먼 호텔 관계자들은 시민에게 사죄하고 카지노 입점을 당장 철회하라”면서 “카지노 입점을 강행한다면 지역 주민 등과 입점을 철회하는 날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호텔을 향한 목소리가 쏟아지는 데 대해 그랜드플라자청주호텔 측은 “입점을 하면 하는 것이다. 우리는 특별히 얘기할 게 없다”고 말했다.

청주에 연고를 두고 지역과 함께 호흡하며 상생을 꾀할 나름의 의무가 있는 호텔의 책임자가 내놓은 답변치고는 무책임하고도 옹졸함 그 자체다.

그동안 도내 공직사회와 물론 사기업에서도 대규모 행사 등을 이 호텔에서 치렀다.

20여년 넘게 청주에 우뚝 서있다 보니 그랜드플라자는 어느새 청주의 랜드마크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스로 쌓아온 명성이 아니라, 지역민과 함께 성숙해 온 호텔인 만큼 대승적인 결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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