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博 이건희 기증 석조물 500여점 2년 넘게 방치
청주博 이건희 기증 석조물 500여점 2년 넘게 방치
  • 남연우 기자
  • 승인 2024.03.2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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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시기 폭 넓고 치석기법 등 귀중 자료 평가 불구
전시·보관 장소 등 인프라 부족 탓 210여점만 선봬
나머지 창고 보관·타지역 이관 … 학계·시민 “아쉽다”
국립청주박물관에서 야외 전시 중인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석조문화재. /이형모 선임·남연우기자
국립청주박물관에서 야외 전시 중인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석조문화재. /이형모 선임·남연우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유족으로부터 기증받은 석조문화재 중 100여점이 타지역 자치단체에 맡겨지고 수백점은 제설창고에 방치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국립청주박물관은 지난 2021년 이건희 회장 유족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수집품 중 석조문화재 837점을 넘겨 받았다.

청주박물관에 있는 석조문화재는 수호석이 84.2%(710점)으로 가장 많고 불교 관련 석물, 민간신앙 석물, 묘재와 역사관련 석물, 장명등, 월연석, 생활관련 석물 등 종류가 38종으로 다양하다.

또 제작 시기가 조선시대에 집중되기는 했지만 근대까지 시기의 폭이 넓고 석조물의 지역적 특성과 돌을 다루는 치석기법 등 석조문화재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기증받은 귀중한 석조문화재 중 현재 박물관에 전시된 것은 210여점에 불과하고 일부는 제주, 공주, 전주, 대구, 광주 등 타지역으로 분산 보관 중이다.

특히 2년 여가 지난 현재 500여점은 청주시 청원구 제설창고에 임시 보관 중이다. 말이 보관이지 방치되는 것과 다름없다.

이 때문에 학술적 가치가 높은 상당량의 석조문화재가 전시할 곳을 못찾아 창고에 보관 중이거나 다른 지역으로 보내질 예정이어서 지역 사학계와 시민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이처럼 귀중한 석조문화재가 햇빛을 보지 못한 채 창고에 방치되고 있는 이유는 뭘까.

다량의 석조문화재를 전시·보관하기에 청주박물관의 역량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란 지적을 받는다.

석조물은 대형의 무거운 입체물이기 때문에 기증처로부터 인계받기 전에 충분한 전시·보관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또 정리 작업을 위해서는 높은 천장, 배수시설, 크레인 설비 등의 기반시설과 보안장치를 갖춘 공간이 필수다.

하지만 이런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채 석조문화재를 인수받으면서 상당수 귀중한 문화재가 제설창고에 보관이란 명분아래 방치되는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시민 이모씨(60)는 “귀중한 석조문화재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채 다른 지역으로 보낸다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공원을 만들어서라도 역사적 가치가 있는 석조문화재를 지역에서 볼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주박물관은 창고에 보관 중인 500여점의 석조문화재 중 100여점은 타지역 박물관으로 보내고 남은 석조문화재만 하반기에 전시할 예정이다.

청주박물관 관계자는 “800여점에 달하는 많은 양의 석조문화재를 청주박물관에서 다 소화할 수 없어 일부는 창고에 보관하고 일부는 타지역 박물관에 전달하고 있다”며 “석조문화재를 전시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공간과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건물을 신축하고 야외 전시 공간을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연우기자

nyw109@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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