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균 신부 커피·우리밀빵 맛보세요
오동균 신부 커피·우리밀빵 맛보세요
  • 오영근 기자
  • 승인 2024.03.21 1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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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남동 `그레이스부엌'

구룡산 남쪽자락에 가면 원흥이방죽을 만나게 된다. 응구지방죽으로도 불리는데 2003년 산남3지구 택지개발 당시 개발과 보존을 놓고 개발자와 시민단체간 치열한 갈등을 통해 현재는 전국 유일의 양서류생태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다.

마을이름 원흥이에 대한 유래는 뚜렷치 않다. 한자로는 원현리(元峴里), 말뜻 그대로 보면 원현이란 큰 고개란 뜻이므로 구룡산에 있는 큰고개의 의미인 듯하다. 한편 1305년 `금강반야바라밀경' 목판본(보물)을 판각한 청주 원흥사(元興寺)에서 유래했다는 설, 조선 영조때 고을 원을 지냈던 광산김씨가 낙향하여 살던 곳이라는 설 또 원(元)씨가 세운 마을이라는 설 등이 있어 분분하다.

2020년 1월 원흥이방죽과 생태공원 동편, 원흥이길에 카페 그레이스부엌이 오픈했다. 로컬푸드직매장 두꺼비살림과 샵인샵 형태로 있는데 `빵굽는 신부'로 유명한 대한성공회 산남교회 오동균 신부의 커피와 우리밀빵을 맛볼 수 있다.

오 신부가 우리밀 빵을 접하게 된 것은 2003년 구례에서 우리밀을 재배하고 빵을 만들던 `월인정원의 농부 홍순영'을 만나고 나서였다. 이후 처제인 이영희로부터 본격적으로 빵을 배우게 된다. 처음에는 가까운 지인들끼리 당뇨식, 치료식으로 즐기는 정도였는데 규모가 커지고 나서는 가덕 보나의집 근방에서 직접 앉은뱅이 우리밀을 재배하기도 하고 또 지인 농부들을 통해 미원에 수천평 규모의 밀을 재배하기도 했다. 지금은 오신부가 커피와 빵제조과정의 일부를, 처제인 이영희씨가 빵의 전과정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그녀의 세례명이 그레이스, 카페명이 되었다. 2019년 문을 열어 이제는 전국구가 된 미원산골마을빵의 김희상대표도 오동균신부로부터 천연발효종 우리밀빵을 접하게 되었다.

그레이스부엌의 커피는 1933년 창립한 일본의 유명 커피회사 ucc의 `라르고 씨에로 블루(Largo cielo blu)를 쓴다. 라르고는 ucc에서 생산하는 스페셜티 커피의 브랜드로, 최적의 로스팅과 숙성과정을 거쳐 authentic roast, dark roast, cielo blu 등 3종을 캔으로 출시하는 바 3주 후에는 아로마가 47% 증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씨에로 블루는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스페셜티를 베이스로 블렌딩하는데, 잘익은 과일에서 느껴지는 산뜻한 신맛과 깔끔한 단맛이 일품이다. 또 우유와 만나면 무겁지 않은 크림치즈 느낌의 부드러운 산미를 느낄 수 있다. 컵노트는 감귤, 황도와 같은 햇과류, 밝은 위스키의 플레이버, 케인 슈거의 단맛, 밀크 초콜릿의 애프터 등.

정연정 문화경제학자
정연정 문화경제학자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하와이 코나에 직영농장 운영하고 있는 ucc의 모토 “From Seed to your Cup”는 오동균 신부의 우리밀빵 철학과 많이 닮아 있다. 여전히 우리밀 농사에서부터 빵반죽, 굽기, 판매까지 전과정을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니 말이다. 먹거리의 이력을 알아야 하는 당위성은 그것이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가 오래전 가정폭력피해자 보호시설인 드보라의집을 처음 시작한 것도 20여년전 산남동 두꺼비친구들 공동대표를 맡아 두꺼비생태 보존에 매달린 것도 결국은 생명존중과 괘를 같이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따뜻한 봄날 오 신부의 우리밀 빵 한조각, 커피 한줌에 가만히 온몸을 맡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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