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
첫인상
  • 변지아 제천여고 음악교사
  • 승인 2024.03.2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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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변지아 제천여고 음악교사
변지아 제천여고 음악교사

 

첫인상은 처음 만났을 때 형성되는 이미지로 보통 인간관계의 시작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 물론 첫인상을 조급하고 편협한 평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사람을 만나고 인연을 이어갈 때 처음 갖게 된 그 대상에 대한 첫인상은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심리적 요인으로 쉽게 바꾸기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면접용 증명사진이나 SNS 프로필사진에 공을 들이기도 한다.

첫 음악 수업 시간에도 학생들에게 음악에 대한 올바른 첫인상을 만들어주고자 나름대로 신경을 써서 하는 활동이 있다. 이번 고2 아이들과도 함께한 활동이었는데 시계의 도움 없는 상태에서 9초짜리 도미노를 만드는 모둠 활동이다. 첫 도미노가 쓰러지고 멈출 때까지 걸린 시간이 9초에 가장 가까운 팀이 이기는데 잘하는 팀은 9.03 정도의 정확도를 보였다. 3월에 친밀감 형성을 위해서 준비한 활동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음악과 시간과의 친밀도에 대하여 말하기 위한 나름의 노하우다.

음악은 소리를 매질로 하는 시간 예술이라는 말이 있다. 시간을 정확히 세고, 쪼개고, 다채롭게 나누고 조합하면서 리듬이 형성되며, 음악에서 가락(Melody)이 등장하기 전부터 생동감과 율동감을 담당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래서 정확히 박을 세는 능력은 다양한 리듬을 연주하기 위한 기초 능력이며 필자는 음악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이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쉽게 말하면 수를 일정하게 세는 것이고 어렵게 말하면 내청력(Audieation)이라고 한다.

아이들은 도미노 게임 중 서로 깔깔거리거나 비명을 지르면서 신나게 놀고 나서 “여러분 음악이 즐거우셨나요?”라는 질문을 받고 의아한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그럼 “여러분이 9초를 마음속으로 정확히 세면서 도미노를 만든 활동이 음악 수업을 잘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능력이랍니다.”라고 부연 설명을 해준다. 그다음부터 새로운 노래를 배울 때는 박자표에 따라 박을 셈하고 이 박에 맞춰 노래 가사 리듬 읽기를 한다. 그렇게 노래의 흐름을 읽는다. 이 방법으로 학습하면 악보를 해석하는 능력인 독보력이 향상되어 선율을 배울 때 빠르고 쉽게 배우고 정확히 연주할 수 있게 된다.

또 하나의 주요 개념도 첫 시간에 다루는데 음자리표다.

음악의 첫인상을 박과 리듬으로 꼽는다면, 악보의 첫인상은 음자리표다. 음자리표가 생소하다면 `높은 음자리표'는 누구나 알 것이다. 오선보 첫머리에 예쁘장하게 말려 있는 그 기호다. 보통 높다, 낮다 등의 표현은 자리를 지정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만약에 연주회의 좌석표에 `왼쪽 중간보다 뒷자리'라고 적혀 있다면 관람객끼리 많은 오해와 갈등이 생길 것이다. 그래서 `H열15' 등으로 정확한 위치 정보를 준다. 원래 높은 음자리표는 사(Sol-G4)음 자리를 지정하는 표다. 그냥 높은 음이 아니라 가온다(Do-C4)음을 기준으로 위쪽에 위치하는 음을 기록하도록 오선에서 정확한 위치 기준을 잡아준다. 상대적 개념이 아니라 절대적 위치를 정해준다. 음악으로 향하는 GPS가 되어주는 악보를 스스로 읽어낼 수 있는 첫걸음을 내딛게 되는 것이다.

첫 음악 수업은 이렇게 음악의 첫인상을 즐거움으로 만들어 주기도 하고 첫인상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아 새로운 관계로 발전을 열어준다. 이제 다양한 노래와 연주, 감상 활동으로 인생을 함께해 줄 동반자 음악과 깊은 사귐을 할 준비가 되었다. 올 한해도 우리 아이들 인생의 반려 음악을 위한 매파 역할에 최선을 다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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