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그린 그림
`빛'으로 그린 그림
  • 유서형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 전문관
  • 승인 2024.03.2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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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포럼
유서형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 전문관
유서형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 전문관

 

사진(寫眞), 영어로는 포토그래피(photography)라고 불리는 이 단어의 어원은 국문과 영문의 의미가 다르다. 한국어로 사진은 베낄 사와 참 진이 합쳐져 “참인 것을 베낀다”라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영어에서 포토그래피는 그리스어에서 파생된 빛이라는 어근인 φωτ(phot's)와 선에 의한 표현 즉 그림이라는 의미인 φ (graph )의 합성어로 이루어져 “빛으로 그린 그림”이라는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인류는 언제부터 기록의 방식 중 하나인 카메라로 그림 대신 사진을 찍기 시작했을까? 오늘 그 탄생을 알아보고자 한다.

킨즈바르트 성은 체코의 라즈네 킨즈바르트 지역에 위치해 오랜 역사를 지닌 성이다. 성대한 크기만큼 1585년부터 1597년까지 총 12년 동안 지어진 이 성은 신고전주의 양식을 띈 건축물로 큰 보수공사 후 2000년도에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이 넓은 성에서 발견된 다게레오타입(Daguerreotype)은 은판사진법으로 알려져 있는데, 18세기 프랑스의 루이 자크 망데 다게르(이하 다게르)가 1839년에 직접 찍은 사진이다. 다게르는 1837년 다게레오타입이라는 독자적인 사진현상 방법을 발명하였는데, 이는 얇은 은막으로 코팅된 구리판에 아이오딘화은으로 이루어진 감광막을 만들어 빛에 노출해 수은 증기로 현상하는 방법이다.

이 사진법에는 두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는데 이 사진법은 노출시간이 짧았다는 점과 복제할 수 없는 점이다. 다게레오타입이 발명되기 전에는 사진 한 장을 찍는데 평균적으로 8시간 정도가 걸렸다고 전해진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현재 카메라에서 자동으로 조리개를 완전히 열거나 혹은 조명을 활용해 셔터속도를 빠르게 설정하는 기술 없이 오로지 햇빛에만 의지해 찍었기에 장시간 소요되었다. 당시 다게레오타입의 출현으로 노출 시간은 대략 20분 정도로 줄어들었고, 일상생활에서 자유롭게 사용하기에 적합한 최초의 실용적인 사진 기법으로 평가받는다. 이는 후에 일상뿐만 아니라 상업적으로도 사진을 사용한 계기가 되었다. 더불어 다게레오타입은 오늘날 디지털 이미지처럼 복제가 불가하였다. 은판을 빛에 노출하고 현상을 해내면 그 순간을 기록한 다게레오타입은 세상에 단 하나의 사진으로서 고유한 순간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오늘날에는 예술 분야에도 종종 사용되고 있다.

더 나아가, 다게레오타입은 이미지가 범람하는 현대 사회에서 그 포문을 연 세계기록유산으로 평가받는다. 이는 인류에게 새로운 형식의 시각 정보를 제공하는 계기로 의미를 확장할 수 있다. 글과 그림이 주를 이뤘던 19세기 초반에는 인류 개개인이 특정 순간을 기록할 수 있는 새로운 매체의 출현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킨즈바르트 성에서 발견된 다게레오타입은 후에 다게레오타입이 가진 특성으로 인류 사회의 발전에 근본적인 영향을 준 새로운 시각 매체의 탄생을 볼 수 있는 고유한 자료라는 점에서 큰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01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

실버 라이닝. 은빛으로 빛나는 먹구름의 가장자리를 뜻하는 말로, 어두움 속에서 보이는 한 줄기의 빛, 즉 희망의 조짐을 뜻하는 단어이다. 한국에서도 사람들이 좌절하는 환경에서도 희망이나 밝은 무언가를 기대할 때 `빛이 보인다'라고 종종 표현하기도 한다. 투사지에 피사체를 두고 그리거나 19세기 중순에 회화계를 강타한 사실주의와 같이 실제와 근접하게 표현하고자 했던 인류의 오랜 바람이 실현된 중요한 이정표로서 평가받는 `킨즈바르트 성에서 발견된 다게레오타입' 빛으로 그린 그림(Photography)으로서 발판을 마련한 다게르. 새로운 기술이 범람하는 이 시대에 다게레오타입과 같은 혁신적인 기록 매체가 다시 한 번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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